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의 모모한 기관장들이 어느 복어요릿집에 모여 큰 선거 기간에 지역감정을 조장하자고 모의를 했는데, 다른 당 선거운동원들이 어찌어찌 이를 녹음하여 폭로해 버렸다. 이 기관장들은 자기들이 몰래 숨어서 하는 이야기를 몰래 녹음한 다른 당 운동원들을 ‘불법녹취’ 운운하며 고소했다. 내 상식으로는, 기관장들이 선거 기간이라는 중대한 시기에 한 곳에 모여 이러쿵저러쿵 선거부정을 저질렀거나 저지르려고 한 일을 먼저 벌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몰래 녹음하여 세상에 알린 일은 나중에 처벌해도 늦지 않고, 때에 따라서는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큰 도둑을 잡기 위해 간혹 허방을 놓고 유인작전을 쓰기도 하는 것 아닌가.
어느 큰 기업의 최고위 임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에게 엄청난 돈을 뇌물로 뿌리려고 머리를 맞대어 작전회의를 했는데, 그 회의 내용이 어떻게 저떻게 녹음이 되어 세상으로 나와 밝은 햇빛을 보고야 말았다. 그런데 이게 불법적으로 녹음된 것이므로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 안 되는 것이란다. 만일 그 내용을 대놓고 말하거나 언론에 알리면 처벌을 받는단다. 내 상식으로는, 최고위 임원들이 마주앉아 작당한 내용이 적법한 것인지, 그들이 만지작거리고 있던 돈은 누구의 것인지, 법을 어기지 않고 모은 돈인지 따져보고 조금이라도 법을 어긴 것이 나오면 큰 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떻게 하다 세상에 알려지고, 그 내용도 알려진 마당에 언론에다 말한다고 하여 굳이 벌 줄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한 기자가 어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과거 잘못을 취재하여 보도했다. 그 잘못의 크기는 후보자의 자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려 출마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관련 당사자들을 감옥에 보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다. 그 후보자가 기자를 고소했다. 허위사실 유포라는 이유다. 내 상식으로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일단 그 후보자의 과거 잘못에 대해 조사하고 수사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허위사실을 보도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까.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니 혐의 없음으로 치고, 모든 것을 덮고 넘어가자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한 여자 사람이 큰 선거 기간 중 오피스텔에 숨어서 어느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이곳저곳에 올리고 퍼 나르고 댓글을 다는 행동을 하다가 그 후보 쪽에 들켰다. 그 후보 운동원들이 오피스텔에 찾아가 밖으로 나와서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하자, 그 사람은 오피스텔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는 사람들이 자기를 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내 상식으로는, 그 사람이 오피스텔 안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꼼꼼히 밝혀 벌 줄 일을 했으면 벌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감금인지 아닌지 여부는 나중에 조사해도 되지 않을까. 안으로 걸어 잠근 걸 감금이라고 하면 지나가던 소가 웃지 않을까.
푸른기와집 안에서 일어나는 나라의 중요한 비밀은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안 된다고 한다. 봉쇄돼 있는 곳이니까. 아니 거꾸로 푸른기와집이 나머지 모두를 봉쇄해 놨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어떤 문건이 새어 나왔다. 내용은 좀 심각한 것이다. 내 상식으로는, 문건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내용에 불법적인 것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법을 얼마만큼 어겼는지 철저하게 따지고 조사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도 잘못이지만 이것을 벌주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본다.
내 상식을 가늠할 만한 기억나는 것 몇 가지를 적다 보니, 나는 상식이 부족한 사람이거나 상식 아닌 것을 상식으로 잘못 알고 있는 족속임에 분명하다. 2015년에는 ‘상식대백과사전’이라도 사봐야 할 것 같다. 무슨 큰일이 터지기만 하면, 그건 그렇고 이건 이렇다는 말을 먼저 주절주절 내뱉으면서 친절하게 금 긋기를 해주는 사람도 그렇고, 그렇다고 그걸 그대로 받아 적어서는 수사도 조사도 미적지근하게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람들도 참 그렇다. 한심한 세상에 상식을 갖고 산들 무슨 재미이며 상식이 없다 한들 또 대수랴, 싶은 생각뿐이다. 2014.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