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원구 공릉동ㆍ월계동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정봉주 17대 국회의원과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시사인> 기자 주진우, 시사평론가 김용민이 함께 만든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 방송이 있었다. 2011년 4월 27일부터 2012년 12월 18일까지 모두 71회 방송했다. ‘가카 헌정방송’을 표방한 이 팟방은 주로 정치ㆍ사회 문제에 대해 유쾌하게 풍자하고 날카롭게 비판했는데, 특히 당시 대통령이던 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신뢰하지 않던 사람들은 ‘괴담의 진원지’라고 몰아붙였지만, 어떤 지상파보다 인기 있었고 사실에 근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나는 대로 몇 가지 돌이켜본다.
이○○은 정말 BBK 사건과 관련이 없는가. 광○대학교에서 한 강연에서 스스로 “미국에서 돌아와 인터넷 투자회사인 BBK를 설립하고...”라고 말했고 그 동영상이 공개됐는데, 당시 그가 속한 정당 대변인 나○○은 “이 문장에 주어가 없다”라는 희대의 논평을 한 적이 있다. 김○○이 주가조작을 하여 수많은 개미투자자에게 피해를 준 그 시점에 과연 이○○은 BBK와 결별했는가, 그때까지 대표를 맡고 있었는가. 법적으로는, 이 문제를 정면에서 제기한 정봉주 전 의원이 1년 실형을 살았으므로 이○○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이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여배우 고 장○○의 죽음과 일부 언론사 사주들과의 관계는 정말 경찰 발표대로일까. 한 연약한 여배우가 죽음으로써 진실을 우리 세상에 고발했는데, 그가 피로써 쓴 유서는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고 진실은 연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와 ‘죽으면 자기만 억울하다’는 사실만 깨닫게 해주고 말았다. 여배우는 어머니 제삿날에까지 술자리에 불려가 성접대를 해야 했다는데. 돈과 권력으로 여배우를 농락하고 유린했던 사람은 버젓이 어깨펴고 얼굴 들고 사는데... 이 사건은 그렇게 잊혀져 갈 뿐일 것인가. 이 사건은 진실의 추악함을 언제쯤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가.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문제로 떠오른 ‘자원외교’의 진실은 무엇일까. ‘나는 꼼수다’에서는 이미 아주 오래 전 자원외교의 허상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비행기 마일리지를 쌓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빈껍데기라 했고, 자원외교가 아니라 ‘자위외교’라고 비꼬기도 했다. 설마 그렇겠는가 싶던 자원외교는 수십조 원을 해외에다 날려버린, 단군 이래 최대의 국부 유출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그 중심에 있던 이○○ 대통령의 형 이○○ 의원을 비롯하여 현 정부의 실세들은 과연 진실을 백일하에 드러낼 것인가. 우리나라 검경은, 또는 국회는 과연 흩어져 있는 사실의 퍼즐을 조합하여 진실의 민낯을 드러내 줄 수 있을 것인가.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일이 있었다. 출근하기 바쁜 직장인들이 아침 일찍 평소 투표를 하던 곳으로 찾아갔으나, 투표소는 옮겨졌고, 스마트폰으로 선관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신의 투표소를 찾으려 했으나, 홈페이지 접속이 안 되던 것이었다. 결국,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을 띨 것으로 추측되는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못하게 한 사건. 이를 두고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이라고 하는데 과연 디도스 공격으로 홈페이지의 특정 데이터베이스만 다운될 수 있는 것인가. 진주의 최○○ 국회의원 비서들이 20대 혈기에 장난으로 디도스 공격을 한 것일 뿐일까. 이 사건의 진실은 우리에게 음모와 배신의 드라마틱한 면모를 언제쯤 보여줄 것인가.
박○○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또는 자살사건)은 영원히 묻히고 말 것인가. 육○재단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하나의 살인 미수 사건으로 비화하고, 그 재판과정에서 사촌형제 2명이, 한명은 잔인하게 난도질당하여 살해당하고 그 한명을 죽인 것으로 짐작되는 사람은 근방에서 나무에 목을 매 숨졌는데. 이 사건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끈질기게 추적하여 사건을 재구성한 내용이 보도될 때 충격에 빠진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한명이 죽고 한명이 자살했으니 사건은 깔끔하게 종결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 이면에는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 사건은 과연 언제쯤 진실의 무서운 낯을 보여줄 것인가.
천○함 침몰 사건에 대한 과학적 문제제기, 부○저축은행 사건의 진실, 삼○저축은행 사건의 진실, 청○재단의 내면, 거대 종교집단의 암투와 모략, 김○○ 의원과 관련한 터널 디도스 사건, 정○○ 의원과 관련한 성상납(혹은 성매매) 의혹, 일명 ○알단들의 댓글 알바 등등 71가지 에피소드에서는 정말 우리가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무궁무진 쏟아져 나온다. 이들의 이야기를 100%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때로는 욕을 섞어서, 때로는 극적 분노를 표출하며, 때로는 즐겁고 유쾌하게 우리 사회에서 감춰진 진실을 하나하나 드러내 보여주던 ‘나는 꼼수다’.
‘나는 꼼수다’를 다시 듣고, 기억을 다시 들추어내는 건, 우리 사회엔 아직 사실도 없고 진실도 없기 때문 아닐까.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가치혼란의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 아닐까. 정부의 발표도 신뢰하기 어렵고 경찰이나 검찰도 믿기 어려운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는 때문 아닐까. 그래서 제2의 BBK 사건, 제2의 장○연 사건, 제2의 선관위 디도스 사건 같은 게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때문 아닐까.
며칠 전, 검찰이 박○○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 의혹을 보도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시사인>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 대한 항소심에서 실형을 구형했다는 뉴스를 본 뒤,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 놓는다. 1편부터 복습해야겠다.
2014. 11. 19.
검찰, '박근혜 5촌간 살인사건 의혹보도' 주진우 징역3년 구형
http://goo.gl/b2JBQ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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