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흔히 ‘13월의 월급’이라고 하는 연말정산. 연말정산은 1년 동안 내가 내어야 하는 세금보다 많이 냈으면 돌려받고, 덜 냈으면 더 내는 것이다. 피부양자, 의료비, 교육비, 보험, 신용카드, 주택자금, 기부금, 정치후원금과 같은 것을 이리저리 계산하는데 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회사의 경리 직원과 세무서 직원밖에 없지 않나 싶다. 해마다 조금씩 바뀌는데 지난해엔 뭔가 많이 바뀐 모양이다. “세금은 올리지 않는다.”는 말만 믿은 우리는, 연말정산간소화사이트에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다 알아서 계산해 주니 그저 그런가 보다 한다.
2014년 근로소득에 대한 연말정산 시기다. 온 나라가 시끄럽다. 지난해 100만 원 정도 돌려받은 직장인이 올해는 거꾸로 100만 원 정도 게워내어야 하게 됐다고 한다. 내 생각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아주 보수적인 사람들이 정권을 잡았다. 그러므로 이 같은 사실은 이미 예견되었다. 지금 와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봤자 입만 아프다. 여당이 주도했느니 야당이 동조했느니 하는 소리도 귀만 아플 뿐이다.” “그러니 제발 다음부터는 선거할 때 지나간 일도 좀 기억해 보고, 닥쳐올 일도 좀 예상해 보고, 여러 사람과 토론도 좀 하고, 잘 모르겠거든 역사, 경제, 정치 공부도 좀 하고 나서 투표하자.”
보수정권은 기본적으로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어 기업 활동하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 곳간이 부족해지니 복지는 줄인다. 상대적으로 부자는 먹고살기 좋게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힘들어지는 세상이 된다. 기업인은 대개 부자이고, 복지가 필요한 사람은 대개 노동자, 농민, 저소득층이다.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푸는 건 좋은 게 아닌가. 기업, 직장인 모두 세금을 낮추어 복지를 포기하려고 하니 다음 정권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기업의 세금 즉 법인세는 엄청 낮춰주고 직장인들의 세금은 높여 놨다. 그래야 ‘복지’라는 걸 시늉이라도 낼 수 있으니, 그래야 다음 정권을 내다볼 수 있으니... 만만한 직장인 유리지갑만 봉이 되었다.
보수정권 중에서도 거짓말이라고 하면 타고난 사람들이 정권을 잡았으니 애초부터 크게 기대할 게 없었던 것 아닌가. 이러저러하게 세법을 개정하여 직장인들에게 세금을 조금 더 거둬야겠으니 이해해달라고 처음부터 말했더라면 이렇게 분노하지는 않았겠지. “고소득층에 혜택이 많이 가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정책 방향은 옳았음에도, 이 과정에서 세금이 늘어나는 사실상의 증세 효과를 정부가 솔직하고 투명하게 설명하지 않은 게 빌미를 제공했다.”(한겨레, 1월 21일치)는 것 아닌가.
대통령과 정책 담당자들은 “증세는 없고, 복지는 늘리겠다.”고 해왔다. 이 말을 믿었던가. 이 말은 정확하게 모순이다. 돈을 덜 걷겠다면서 복지는 늘리겠다고 하는 말은, 혀는 짧은데 침은 멀리 뱉겠다거나 다리는 짧은데 달리기는 1등 하겠다는 말과 같다. 웃긴다. 담뱃값(정확히는 담배에 붙이는 세금)을 올리겠다고 할 때, 온 국민이 “이건 서민들의 세금을 올리는 것이다”고 인식하는데도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이다”고 앵무새처럼 이야기해 왔다. 국제 기름값이 1리터에 4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세금 때문에 1300~14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걸 국민들은 다 안다. 그래도 참고 있는 것을 정치하는 사람만 모르고 있는지.
모두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면, 기업도 법인세를 더 내고 직장인도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더러 있겠지만, 잘 사는 사람은 세금을 조금 더 내고 못 사는 사람은 조금 덜 내는 선에서 전체적으로 세율을 높이자고 하면 동의해줄 것 같다. 그 돈으로 우리나라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음지에 햇살을 비추고 추운 곳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방세가 없어 모녀가 자살하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 이런 건 진보정당이 원래 하고자 하는 것인데, 보수정당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일이다. 국민을 정말 깡그리 굶겨 죽여 놓으면,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기업도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생산을 담당할 인력도 있어야 하고 그 인력(노동자)은 기업 생산품의 소비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엉뚱한 데로 흘러갔다. 아무튼, 나는 연말정산 때문에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 몇 마디 해주고 싶다. 먼저 “자신이 어느 정당을 찍었는지, 누구를 찍었는지 돌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보수정당에 표를 준 사람은 손들고 반성해야지 화를 내면 안 된다. 진보정당을 찍은 사람에게는 “혼자만 찍지 말고, 주위 사람들, 특히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 저쪽 편드는 사람들을 앉혀놓고 ‘지적 대화’를 좀더 많이 하여 같은 편으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까지 했다는 사람에게는 “나와 조용히 술이나 한잔 하자.”고 권하고 싶다. 이제 1년, 2년 남짓밖에 안 남았으니...
2015.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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