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그러니까 2006년에 대학 홍보대사이던 학생, 지금은 외환은행 다니는 민혜가 오늘 결혼했다. 동기 결혼 축하하기 위하여 다섯 녀석이 나타났다. 그때 1~3학년이던 녀석들 나이가 달걀 한 판을 넘어서고 있단다. 저희들은 그만큼 어른이 된 것이고 우리는 그만큼 젊어진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 같지만, 오늘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날이다.
3년 전에 결혼한 영호는 8개월짜리 쌍둥이 아빠가 되어 있는데 그새 창원에서 조그마한 사무실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되었단다. 부인과 팔짱끼고 나타난 찬주는 내년에 애기 아빠가 될 거라며 웃는다. 내년에 부산대 박사가 될 수연은 공부하는 재미, 실험하는 즐거움, 논문 쓰는 희열에 묻혀 사는 것 같다. 부산대 석사가 될 민지는 내년 봄에 웨딩마치를 울릴 거란다. 역시 실험실, 강의실이 아늑하게 느껴지는가 보다. 용성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새 명함을 내민다. 듣자 하니, 혜령은 11월의 신부인데 오늘은 야외 촬영하는 날이어서 못 왔단다.
제 몫의 삶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고맙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난다. 그동안 이러저러한 일들이 많이 있었겠는데, 그때 그 웃음 그 목소리 그 다정한 눈빛들이 하나도 변함이 없다. 우리는 다만 녀석들이 졸업을 하여 어디서 무엇을 하든 늘 건강하고 스스로 행복하기를 빌었을 뿐인데, 그 시절 일들이 저마다 가슴 속에서 계속 발효하고 있는지 할 말이 무척 많은 표정이다. 풋풋하기도 하고 열정적이기도 했던 대학시절의 아슴아슴한 추억, 그 추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홍보실이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제 할 일들이 있는, 있어야 할 나이들인지라 사진 한 장 찍고 헤어지면서 11월 혜령 결혼식 때 또 만날 걸 약속한다. 용성, 수연, 민지는 학교로 가서 홍보실에서 커피를 타 마셔본다. 나는 그때 아침마다 이 커피를 얻어 마셨다. 물 양과 고소함이 꼭 그대로다. 차를 타고 느릿느릿 캠퍼스를 한 바퀴 돌았다. 새로 생긴 건물을 보며 탄성을 지른다. 길과 길 사이에 선 나무들도 반가운가 보다. 남녀 학생 서넛이 가방 메고 가는 사이에 자기가 서 있는 듯한 착각에 잠기는가 보다.
2004년부터 홍보대사를 뽑고 가르치고 함께 일해 왔다. 한 해에 열서넛씩이니 다 합하면 130명은 족히 넘는다. 어떤 녀석은 이름도 얼굴도 대번에 정확하게 기억난다. 그와 얽힌 일화도 떠오른다. 어떤 녀석은 이름을 말해주니 좀 있다 생각난다. 그러나 누가 몇 년도에 우리와 인연을 맺었는지까지 순서대로 다 기억할 수는 없다. 우리는 내 자식도 저들처럼 몸도 마음도 정신도 반듯하게 자라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8년의 세월을 가로질러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타난 나의 오랜 벗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2014.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