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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퍼나른 글 모음

조금 좀스럽게

by 이우기, yiwoogi 2014. 9. 28.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은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출판사도, 작가도 돈을 좀 벌 것이다. 그러면 책을 사준 사람이 고맙겠지. 그래서 출판사와 서점에서 독자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한다. 그런데 앞으로 이 책을 사면 무엇 무엇을 끼워준다고 한다. 나는 이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도록 수많은 독자들이 책을 샀는데, 지금부터 책을 사는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면, 먼저 책을 산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 아닌가. 만일 책이 많이 팔려 돈 좀 벌었으면 책 산 사람을 대상으로 독후감 대회를 열든지, 온라인 서점의 경우 누가 샀는지 바로 알 수 있으므로 그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내야 할 것 아닌가. 별것 아닌 이런 것 갖고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요즘은 ‘이 책 좀 팔리겠다’ 싶으면 좀 기다렸다가 나중에 사곤 한다. 그러면 공책이나 연필, 아니면 하다못해 할인쿠폰이라도 받게 된다. 스스로 좀스럽다 여기다가도 ‘이런 것도 세상 살아가는 지혜다’라고 생각하며 웃곤 한다.

아파트는 서민 대중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몇 년 동안, 또는 몇 십 년 동안 돈을 모아 새 아파트를 사게 되면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행복감에 젖어든다. 그래서 웬만한 가구와 전자제품을 새로 장만하여 폼 잡고 입주한다. 그런데 몇 달 뒤, 분양되지 않고 남아 있던 아파트를 아주 싼값에 분양한다는 광고를 보면 어떻게 될까. 잔금을 아주 싼 이자에 빌려준다든지, 텔레비전을 한 대 사 준다든지 하는 광고를 보면, 머리가 헤까닥 돌지 않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있다가 분양받을 걸’하는 생각이 안 들면 바보다. 요리조리 궁리를 대다가 기어이 아파트 회사에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게 된다. 먼저 많은 사람이 비싼 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돈을 좀 벌었으면, 그 고마운 분들에게 뭔가를 되돌려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지게 된다.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일은, 배추장수가 한 포기에 오전에는 1000원 하다가, 점심 때 900원 받고, 해거름녘에는 500원 받는 것하고는 다르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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