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다음날, 날씨가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다. 기온은 25도 남짓으로 조금 더운 정도인데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한 날씨. 가장 중요한 건, 하늘에 구름이 뭉게뭉게 떠있거나 몽실몽실 흐르거나 느릿느릿 떠가는 것이다. 그 뒤로 파란 하늘과 쨍한 햇빛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으니 금상첨화이다. 이른 아침 장인, 장모와 함께 집 앞에 서 있는 은행나무 밑에 가서 위를 올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오밀조밀 열린 은행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탐스럽고 귀여웠다.
늦은 아침을 먹은 온가족이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경기도 시화호 조력발전소 안에 있는 <조력문화관>으로 갔다. 내비게이션은 35분 정도 걸린다고 나왔는데 실제로는 1시간 20분 쯤 걸렸다. 안산, 시흥, 인천, 화성 근처에 사는 많은 사람이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가족나들이 장소로, 우리와 같은 장소를 찜한 것 같았다. 차를 돌릴까 몇 차례 의논했으나 내친 김에 끝까지 가 보기로 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달의 인력으로 인하여 생기는 밀물과 썰물의 물높이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일으키는 시설이다. 국내 최초이고 세계 최대이다. 수차발전기 10기, 수문 8문으로 이뤄져 있으며 연간발전량은 552GWh로서 소양강댐의 1.8배에 이른다. 이 정도면 인구 50만 규모의 도시 가정용 전기를 공급할 만하다고 한다. 이산화탄소 연간 31만 5000t을 절약할 수 있단다.
조력문화관은 달전망대, 전시관, 공원, 휴게소, 달빛광장 들로 조성돼 있다. 무엇보다 ‘달전망대’가 인기이다. 25층 높이(75m)의 꼭대기 층을 전망대로 꾸며놓았다. 길게 줄을 서서 올라가니 건너편 인천 송도와 인천대교가 한눈에 들어오고, 시화방조제도 발밑에 밟힌다. 서해바다의 망망대해와 대부도도 손에 잡힐 듯하다. 바닥을 투명유리로 만들고 75m 아래가 보이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 있는데, 나는 그 위를 도무지 못 걷겠던데 오히려 애들은 잘도 뛰어다니며 장난치고 논다.
시화호는 12.7㎞의 시화방조제가 완성되면서 형성된 인공호수다. 시흥시의 시(始)와 화성시의 화(華) 첫 글자를 따 시화호라고 붙였다. 시화방조제가 생기기 전의 이름은 ‘군자만’이었다고 한다. 1987년 4월부터 1994년 1월 24일까지 6년 반에 걸친 공사 끝에 시화방조제를 완공하면서 조성되었다. 면적은 56.5㎢이며, 방조제 건설에만 6200억 원이 들어갔다. 한때 시화호는 ‘잘못된 간척사업’, ‘수질오염’, ‘환경파괴’의 대명사로 불리다가 오늘날의 조력발전소로 탈바꿈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참조)
대부도로 건너가 수많은 칼국수집 가운데 한곳에 들어가 바지락칼국수와 해물파전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말을 다시금 깨달은 것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돌아오는 길엔 장인어른의 안내로 시화호 간척사업으로 매립된 곳을 지나왔는데, 그 넓은 바다를 땅으로 만들어, 그 위에 듬성듬성 조립식 공장을 짓는 것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솔직히 좀 걱정되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경기도 안산, 시흥시의 공단지역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갈지 궁금해진다.
상행선 고속도로에 섰는 차들을 힐끔힐끔 봐가며 3시간을 달려 저녁 8시에 진주 우리집에 도착하니, 엊저녁 안산에서 본 달이 어느새 우리집 창문을 기웃거리고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한 장 찍어뒀다. 한가위 닷새 연휴도 막바지다. 내일은 뭐하지?
2014.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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