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맑은 공기 마시며, 가볍고 즐거운 노래 들으며 출근하여 사무실 문을 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해야 할 일은 잔뜩 쌓여 있지만 새로운 하루를 즐겁게 시작한다는 것은 무척 좋은 일이다. 복도를 오갈 때 만나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기운이 솟아오르고 의욕이 넘쳐나게 된다. 대부분 직장인들의 일상이다.
동료들 사이에 인사할 때 보통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말한다. “안녕하십니까?”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아침이라는 것에 ‘좋은 아침’이 있고, ‘좋지 않은 아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침이라는 것은 늘 똑같은데 그 아침을 맞이하고 느끼는 사람의 기분이 좋은 날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날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반갑고 즐거운 아침 인사는 하루를 더욱 재미있게 보내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사무실을 찾아왔다가 볼 일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이나, 전화 통화를 끝낸 뒤 끊는 사람이 자주 하는 인사말 가운데 “좋은 하루 되십시오.”라는 게 있다. 참 좋은 말이요, 인사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인사말을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 고질병이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는 바른 인사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분 좋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인사를 건넨 상대방에게 정색하고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날이나 한가위 같은 명절을 맞이하여 인사를 나눌 때가 많다. 휴대폰 문자, 전자우편, 카카오톡,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으로 많은 인사말이 날아온다. 나도 인사를 많이 한다. 평소 고마운 분들에게, 오랫동안 소식 전하지 못한 분들에게 명절을 맞이하여 인사를 드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미풍양속이다. 카카오톡에 수십, 수백 명을 한 묶음으로 모아놓고 누구에게라고 할 것도 없이 맹물 인사를 보내는 건 좀 그렇지만, 바쁜 나날살이를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하는 설날 되세요.”라거나 “풍성하고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 이렇게 인사말을 하는 건 못마땅하다.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설날 되고’, ‘한가위 되라’니. 사람더러 설날이 되고 추석이 되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평소 하던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말도 역시 사람더러 하루가 되라고 하는 것이니 문제다.
마트에 물건 사러 가니 “즐거운 쇼핑 되세요.” 이러는데, 이것 역시 웃기는 인사이다. 손님더러 쇼핑이 되라니. 뺨 맞을지도 모를 망발을 버젓이 해대고 있는 것 아닌가. 목욕탕에 가면 “깨끗한 목욕 되세요.”라고 하고, 이발소에 가면 “말끔한 이발 되세요.”라고 하고, 텔레비전을 보면 “즐거운 시청 되세요.”라고 하면 되겠는가. ‘좋은 하루 되세요, 설날 되세요, 한가위 되세요’ 같은 건 하도 많이 들어서 귓구멍에 미끌미끌 잘 미끄러져 들어가는지 몰라도, ‘목욕 되세요, 이발 되세요, 시청 되세요’ 이런 말은 물도 김치도 없이 고구마 대여섯 개를 한번에 먹은 듯 갑갑하고 답답할 것이다. 앞뒤를 천천히 따져볼 것도 없이 어림짐작으로도 ‘이런 인사말은 좀 이상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바르게 하자면,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입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설날입니다.” “설 명절을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십시오.” “한가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이길 빕니다.”라고 하면 된다. “쇼핑하는 즐거움을 누리세요.”라거나 “쇼핑하면 즐거워져요.”라고 하면 좀 괜찮을까. 아무튼 인사말 하는 것 보면 ‘말을 참 생각 없이 마음대로 잘도 한다’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추석과 설 같은 명절은 ‘쇠다’라고 했다. 생일도 쇤다고 했다. 그러니까, “설명절 잘 쇠세요.” “추석 즐겁게 잘 쇠세요.”라고 하는 게 꼭 맞는 인사말이다.
2014. 9. 5.
2017. 3. 6.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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