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을 먹고 쾌청한 하늘을 보며 나들이를 생각한다. 그냥 엎어져 자면 하루가 짧겠지만 일부러 좀 긴 하루를 선택한다.
이것저것 뒤져보니 <고성 구절산 폭포암>이 나온다. 마음을 끌어당긴다. 아내와 둘이 나선 시각은 10시 40분쯤. 1시간 20분 남짓 걸려 도착한다. 네비가 없었다면 찾기 어려운 곳이다. 거대한 바위산 아래 자리잡은 암자는 염불소리로 시끄럽다. 마침 어느 집안에서 사십구재를 올리는 것 같다. 싀님의 염불은 법당을 넘어 계곡을 울린다.
108계단 옆 구절폭포엔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는데, 크다 놀랍다 웅장하다는 생각은 안 들고 아기자기하거나 멋지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도 하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인지라 물소리는 제법 시원하다. 넓지 않은 터에 잘 꾸며놓았다. 나는 좀 무섭다.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산하다는 느낌도 든다. 둘레의 바위산이 너무 차고 크기 때문이다.
그냥 처음 흔들 땐 꼼짝하지 않던 흔들바위는 소원을 빌고 난 뒤 흔드니 거짓말같이 흔들린다. 참 신기하다. 방송에도 나온 모양이다.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구름과 저멀리 펼쳐진 들판을 보며 마음속 찌든 찌꺼기를 조금이나마 떨쳐버린 날이다.
고성읍에 있는 <돈국돼지국밥>에서 1만 원하는 '갈비돼지국밥'으로 배를 불린다. 돌아오는 길에 <문수암>까지 들러 더 넓고 시원한 바다까지 눈에 가슴에 담는다. 산 꼭대기에 앉아계신 거대한 부처는, 영험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좀 지나친 인간의 욕심이라고 본다. 대학입학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절 곳곳에 백일기도 접수 어쩌고저쩌고 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절도 돈을 벌어야 먹고 사니까.
돌아오는 길에 몇 년 동안 투병 중이시던 당숙어른의 부고를 문자로 받는다. 저녁엔 부산으로 갔다와야겠다. 아버지와 여섯 살 차이났는데 참 친하시고 또 친한 만큼 자주 다투시고 그러다가 술로 세월을 달래던 분이셨다. 긴 하루다.
2014.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