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일상이다.
가진 것은 10개인데 20개, 30개씩 내놔라 하는 것 같다.
100m 단거리 선수에게 마라톤에 출전하라고 하는 것 같다.
동네 뒷동산에도 가본 적 없는데 히말라야를 정복하라고 하는 것 같다.
맥주 한 잔도 과한데 폭탄주를 서너 잔 돌리는 격이다.
막연히 그렇게 느낀다.
다들 이맘때 휴가라는 것을 가는 이유를 알겠다.
열두 달 중간 즈음에 굵은 쉼표 하나 찍어야 하는 것이다.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가고 오면서 산도 보고 하늘도 보고 공기도 느껴야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일 잠만 자는 날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감생심….
이럴 때가 있다.
할일은 태산인데 일이 손에 안 잡히는 때
부탁, 요청, 요구, 지시는 줄을 잇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때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시간이 없는 때
보고 싶은 영화, 사람, 경치는 많은데 돈이 없는 때
이럴 때 더욱 고단하고, 이럴 때 더욱 휴가가 필요한 법이다.
페이스 북, 카카오스토리 같은 곳에 올려놓은
휴가를 즐기는 이들의 사진과 사연을 보면서
힘을 얻고 용기를 얻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나도 다음 주엔 기어이 간다, 다 내버려 두고,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2014.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