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진주 내동공원묘원에 다녀왔다.
여기에 가면 삶의 무게와 죽음의 엄숙함에 압도당한다. 수만 기의 무덤에 잠들어 있는 수만 사람의 억울한 누명과 갑작스런 비명횡사, 아름다운 삶의 마감까지 갖가지 사연들이 쫓아내려오는 것만 같다.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내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읽었다.
글쓴이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잘 죽으려면 열심히 살아야 한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착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다. 이웃을 돌아보고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보며 살아야 한다. 자연 속에서 살고 결국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삶이어야 한다.
잘 깎은 잔디, 규격에 맞게 잘 갖춰놓은 봉분과 비석들. 그 앞에 놓인 조화(造花)들의 조화(調和)를 보며 삶 너머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살았을 때 고관대작도, 미관말직도, 가난뱅이도, 부자도 죽고 나면 모두 몇 평도 안 되는 흙속에 묻히고 마는 엄정한 객관을 배운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모른다.
까마득히 높은 산꼭대기까지 빼곡히 들어찬 무덤들에는 나의 삶과 말과 행동을 돌아볼 수밖에 없이 만드는 압도적인 무게가 있다. '압도'(壓倒)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웅성웅성, 두런두런하는 넋들의 넋두리를 들으며, 뒤돌아 내려오는 길... 아-, 삶이란, 죽음이란...
2014.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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