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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퍼나른 글 모음

글이 안 써질 때

by 이우기, yiwoogi 2014. 7. 21.

글이 안 써진다는 것은 미처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글이 안 써진다는 것은 할 말이 너무 많거나 아예 없다는 뜻이다.
글이 안 써진다는 것은 자료가 충분하지 않거나 넘친다는 뜻이다. 
글이 안 써진다는 것은 그 글의 결과가 어찌될지 두렵다는 뜻이다. 
글이 안 써진다는 것은 몸도 마음도 나름대로 힘들다는 뜻이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있어야 한다.
글이 안 써질 때는 그저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인터넷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노닥거려야 한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술한잔 하며 세상 일 잊어버려야 한다.
글이 안 써질 때는 며칠 잠수함 타고 세상에서 로그아웃해 버려야 한다.

만일 그렇게 멍하니 시간만 보내며 노닥거리고 
또는 술한잔하고 세상에서 로그아웃되어 버릴 수 있다면,
"그 이후 그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또는 "그는 알고보니 천덕꾸러기 바보멍청이더라"의 주인공도 될 것이다. 
또는 "그의 존재의 가벼움이 증명되었다"의 주인공도 될 수 있겠지.
그런 세상에서 글을 쓰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2014.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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