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동 남도레포츠 옆 막걸리집 앞 큰길.
승용차 마티즈 앞에 산적 같은 남자가 버티고 앉아
악다구니를 부리고 있었다. 여 운전자는 떨고 있다.
뒤로는 차가 밀렸고, 인도엔 구경꾼이 넘쳤다.
나는 바로 112에 전화를 했다.
늦은 밤 그 막걸리집 앞에서 사고가 났다.
쾅 소리가 시끄러운 술집 창문을 두들겼다.
부리나케 달려나간 나는 119를 눌렀다.
평거주공1차 아파트에 살던 때.
부부싸움 하던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내렸다.
2층인가 3층인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플래시를 들고 잽싸게 뛰쳐나가면서
119에 신고를 했다.
교통사고는 물론, 고장 난 신호등, 불 꺼진 가로등,
버려진 쓰레기, 쓰러진 취객, 떨어진 지갑을 보면
신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러는 편이다.
그때마다 신고를 받아주고 출동하는 분들이 있어
참 다행인 나라다. 고마운 나라다.
그러면,
2014년이 불법 유턴하여 1972년으로 가려고 하고
민주주의가 훼손되어 봉건왕조시대가 되려고 하며
304명의 목숨이 수장되는 걸 두 눈 뜨고 보면서도
그 진실은커녕 책임조차 물을 데 없는 이 시대,
불의가 정의를 비웃는 이 시대의 가치전도는
어디에다 신고를 해야 할까.
나는 알 것 같다.
6월 4일의 투표장에 신고를 하는 수밖에.
역사의 수레바퀴에 신고를 하는 수밖에.
2014.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