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갑산14 자연의 법칙, 사람의 법칙 죽은 줄 알았다. 몇 해 전 겨울이었다. 골프연습장 지나 건널목 건너 숙자네를 돌아서서 만난 고목은 죽은 듯했다. 껍데기는 썩어 벗겨져 너덜너덜거렸다. 중간 허리는 톱날에 잘렸다. 겨우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들은 기력을 잃었다. 배나무 같기도 하고 매화나무 같기도 했다. 어림짐작으.. 2018. 5. 3. 노동자의 날 아침밥은 스스로 먹었다. 보통 땐 여섯 시면 밥을 먹는데 일곱 시가 넘었으니 좀 출출했던 것이다. 밥 안치고 냉장고 안 장엇국 데웠다. 삶은달걀도 하나 먹었다. 쉬는 날이니까. 컴퓨터를 켰다. 출근하면 아침 일곱 시부터 여덟 시 사이에 하는 언론기사 스크랩을 집에서 했다. 안해도 되.. 2018. 5. 1. 벚꽃은 져도 사쿠라의 계절이 남았다 4월 1~2일 현재, 온 세상이 벚꽃 천지다. 대개 봄꽃들이 그러하듯이 잎이 나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운다. 대개 봄꽃들이 그러하듯이 한꺼번에 일제히 흐드러지게 핀다. 엄동설한을 이겨낸 삼라만상에 승리의 환희를 전한다. 매화, 개나리, 산수유 들이 봄 전령사라면 벚꽃은 봄의 절정에 점.. 2018. 4. 3. 가야 할 까닭이 있는 길은 힘들지 않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다짐했다. 오후 5시 정각 퇴근하여 5시 20분쯤 집에 차 대 놓고 이것저것 준비하여 5시 30분쯤 출발하리라. 석갑산! 준비랄 것도 없다. 옷 갈아입고 물병 하나 챙기고 이어폰만 귀에 꽂으면 끝이다. 하루 종일 설레었다. 어렴풋이 생각해 보니 지난해 이맘때 석갑산, 숙호.. 2018. 2. 19. 백만년 만에 석갑산 대한이다. 큰 대(大), 추울 한(寒)이다. 일년 가운데 가장 추운 날이라서 붙인 이름이다.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대한이 소한(小寒)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있다. 실제 소한은 1월 5일이었는데 매우 추웠다. 대한인 1월 20일은 포근했다. 겨울 날씨가 퍽 따뜻한 걸 ‘.. 2018. 1. 21. 진주 길 걷기(1) 석갑산-아는 길 낯설게 하기 직장생활 25년 만에 가장 긴 연휴를 맞이했다.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추석이어서 안산 처가에 가는 일도 종요롭고 때맞춰 열리는 진주남강유등축제(10.1.~15.)도 어쩔 수 없는 유혹이다. 세 명, 단촐한 가족끼리 어디든 언제든 갈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을 흔드는 대부분의 것을 포기한다. 고등.. 2017. 10. 9.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