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소4

녹차씨 아버지 산소에 가서 녹차씨를 주워 왔다. 2011년 겨울에 심은 녹차나무가 제법 많은 씨를 흩어놓았다. 겨울 추위에 얼어 죽을 뻔한 적도 있고 봄 가뭄에 말라 죽을 뻔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꿋꿋이 살아남은 녹차나무들이다. 크지 않는 녹차나무 사이를 헤집으며 한 알 한 알 씨를 주웠다. 손가락 끝이 마비될 정도로 시렸고 허리는 욱신거렸으며 장딴지와 허벅지도 쥐가 내릴 정도로 아팠다. 1시간 동안 열심히 주웠다. 어떤 건 씨알이 제법 굵고 어떤 건 싹을 틔울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중 몇몇은 지난해 떨어진 것도 있을 것이다. 씨앗들의 부모는 우리 아버지 산소를 지키고 있고, 조부모는 다솔사 와불 등을 긁어주고 있다. 몇몇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몇몇은 의령으로 날아갈 것이다. 긴 인연이 또 시작.. 2020. 2. 2.
누가 나를 물었을까 나흘이면, 한 사람의 삶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길 만한 충분한 시간이다. 미혼 남녀가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고 안 아프던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큰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될 만한 시간이기도 하다. 아무 문제 없이 직장 생활 잘 하던 사람이 까닭도 없이 사표를 던지거나 .. 2016. 5. 9.
어머니의 봄 어머니는 8시 40분 시내버스로 아버지 산소 근처에 갔다.미리 전화하여 오후에 태우러 오라고 하였다. 짐도 많을 테고 차 시간도 애매하니까.3시쯤 가겠다고 하니 “그리키나 일찍?” 한다. 오후에 가니 장바구니용 수레에 뭔가 잔뜩 들었다.아버지 산소에 담배 두 개비 불 붙이고 소주 부.. 2016. 4. 18.
동동주 냄새만 맡으면 대학 다닐 때나 직장 생활할 때 중산리, 백무동, 대원사, 다솔사 같은 데를 자주 갔다. 큰 산 등산로 입구나 큰 절 밑에는 동동주와 도토리묵 같은 걸 파는 가게가 많다. 산에 오르기 전에 한 뚝배기 한다. 자동차에 기름 넣듯 몸에 주유하는 것이다. 내려올 땐 하산주 한잔한다. 안주 도토리.. 2015.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