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6 대호분식 꼭 라면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고불고불한 면발 사이에 젓가락을 비스듬히 꽂고 싶을 때가 있다. 후후 불어 후루룩 후루룩 삼키며 혀끝의 감각을 불러내고 싶을 때가 반드시 있다. 배고픔 탓도 아니고 날씨 때문도 아니다. 막연하게 그런 날이 있다. 이런 날엔 대호분식으로 간다. 다섯 번 정도 갔다. 경상대 북문에서 몇 발짝 걸으면 보인다. 좁다란 실내엔 라면 냄새, 비빔밥 냄새, 돈까스 냄새, 만두 냄새가 섞여 있다. 뱃속에선 꼬로록 소리가 자동으로 나온다. 주인장과 안면을 트지 않아 아지매 성격은 잘 모른다. 라면은 꼭 1인용 작은 냄비에 끓여야 맛있다. 냄비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더 맛난 것 같다. 냄비 시울이 쭈그러지고 까맣게 그을렸으면 더 맛날 것만 같다. 라면 맛이 밀가루와 스프와 달걀과 파의 조.. 2020. 7. 4. 라면죽 밥알 눌어붙은 밥솥에 물을 부었다. 먹다 남은 김치를 대충 넣었다. 당근과 양파를 잘게 썰어 보탰다. 보글보글 오래 끓였다. 누룽지가 붇기를 기다렸다. 라면스프를 넣었다. 이윽고 라면과 밥을 넣었다. 4-5분가량 더 끓였다. 국밥도 아니고 라면도 아닌 그 무엇이 되었다. 참기름 한 방울 살짝 뿌렸다. 비로소 라면죽이 되었다. 아침엔 콩나물해장국을 끓였는데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사과를 깎아 대령했고 커피도 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6시에 일어나 밥상 차려주는 데 대한 보답이다. 주말엔 차리고 설거지하는 게 내 몫이다. 사이사이 낮잠 자더라도 지청구 듣지 않는 비결이기도 하다. 아내는 아침 먹자마자 시작하여 12시까지 집안일 하느라 허리가 아프단다. 빨래하고 화장실 대청소하고... 집안일은.. 2020. 2. 23. 홍대김밥 짐짓 시비를 붙였다. "경상대 앞인데 왜 홍대김밥이냐?"라고. '다음에도 올 만하겠구나' 싶을 때 써먹는 수법이다. 자주 찾는다고 단골 되는 게 아니다. 쥔장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서로 객쩍은 농담쯤은 어지간히 받아넘길 정도는 돼야 단골이랄 수 있다. 김밥 11가지, 돈가스 4가지, 식사류 7가지, 분식류 10가지, 여름메뉴 2가지, 면류 10가지를 만들 실력을 갖춘 아줌마 네 분이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한다. 손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우리가 먼저 시킨 치즈라면을 옆자리 꼬마에게 줘버리는 바람에 우리의 속도 균형이 깨졌다. 꼬마녀석이 "와 빨리 나온다. 오예~!"라고만 하지 않았어도 정당하게 뺏어버리는 건데.ㅎㅎㅎ 김밥 소로 들어간 달걀과 오이장아찌(피클)는 고소하고 달콤했다. 김치는, 라.. 2020. 2. 14. 비빔면 대 짜장면 모처럼 일찍 집에 갔다. 일곱 시 반쯤 들어갔으니 그리 이른 귀가는 아니다. 그래도 술 마시지 않은 채 들어간 건 오랜만이다. 10시에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는 고2 아이가 40분쯤 도착한다. 20분쯤 연착이다. 제대로 얼굴 본 게 일주일은 된 것 같다.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살짝 안아 주었다... 2017. 9. 9. 라면 요맘때, 그러니까 기온은 갑자기 뚝 떨어지고 어디 오라는 데는 없고 집구석에 틀어박혀 심심해 죽겠는데 잠은 안 오고, 하릴없이 배가 실실 고파질 저녁 10시쯤 라면 하나를 툭 분질러 냄비에 넣고 달걀 하나 퐁당 빠뜨리고 대파 대충 썰어 넣어 보글보글 끓여 먹는 라면의, 그 감격스러운.. 2014. 12. 3. 라면+밥을 먹으며 시내버스 요금 170원, 학생식당 밥 500원, 국수 300원 할 때다. 1986~7년이다. 하루 용돈은 1000원이었다. 한 달 치 삼만 원을 한 번에 받는 일은 없었다. 1000원으로 승차권 두 장 사면 660원이 남았다. 점심으로 밥을 먹으면 160원 남고 국수를 먹으면 360원이 남았다. 친구 몇이서 그렇게 잔돈을 모.. 2014. 11.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