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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오랜만에 경남일보 옛 동료들을 만나 그냥 놀다

by 이우기, yiwoogi 2006. 1. 9.

토요일, 좀 추웠습니다. 5일 시작한 소한 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죠. 그래도 "그냥 만나야 한다"는 열기는 매우 뜨거웠습니다. 오후 6시에 맞춰 죽방렴으로 갔습니다. 물론 제가 1등이었죠. 성숙희 부장님이 2등, 김규학 선배님이 3등, 방성철이 4등, 김병찬이 5등 뭐, 대충 이런식이었답니다.

 

횟집에서 먹은 안주는 모듬안주 4인용 큰것 2접시와 볼락구이 12마리, 그리고 온갖 잡스런 부스러기 같은 안주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맛난 안주는 우리들의 변치않은 얼굴과 마음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서울서 오후 3시 차를 타고 부지런히 달려오면서도 양주 1병을 알뜰히도 붙들고 온 변은환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

 

사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나리오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허기진 마음의 배를 채웠죠. 때려치우고 나온 '친정'에 대한 이야기가 오히려 너무 적게 나오지 않았나 할 정도로 현재 살고 있는 세상살이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넉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몇몇 사람이 아직도 기자라는 직함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공통화제에 쉽게 이야기가 빨려들 수 있는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1차를 마치기 전에 가신 김종현 선배님은 아마 볼락구이의 맛을 보지 못한 것 같구요(먹었더라도 대충 입맛만 다시다가 갔을 것 같고) 집에 있는 아이와 남편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엄청 걱정이 됐을 성숙희 부장님은 또 그 뒷이야기가 많이 궁금하실 겁니다.

 

2차를 갔죠. 물론 3차 노래방도 갔답니다. 그 시커먼 남자들끼리 그렇게 노래방을 갔을 리는 없답니다. 2차는 불타는 조개구이라는 곳으로 갔는데 요새 조개구이집이 한창 유행이잖아요? 하여 미리 마음속에 그려두고 있던 곳으로 제가 유인을 했답니다. 거기서 명성훈 새신랑(햇수로 치자면 벌써 헌신랑이지만 그래도 우리들 중에서는 비교적 새것이니까)의 새각시를 불러냈고...

 

또? 방성철이 요즘 '좋은님'으로 만나는 김ㅇㅇ씨도 불러냈죠.(아직까지는 이름을 밝힐 단계가 아닌 것으로 보여서) 안 나오려고 버티는 것을 제가 술김에 큰소리를 좀 쳐서 나와달라고 요청을 했답니다. 저 잘했죠? 그래서 마신 술이 몇 병인지 모르겠네요.

 

(여기서 잠깐. 예산에 대한 결산을 하겠습니다. 수입은 회비 3*8=24만원에다 김종현 선배님의 특별회비(찬조금) 2만원 하여 26만원입니다. 쓴돈은 1차에서 19만원입니다. 2차에서 6만원이 나왔습니다. 3차 노래방에서는 누군가 먼저 일부를 계산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르는 바람에 제가 계산한 것은 1만8000원입니다. 하여 적자입니다.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당시로서는 분명히 기억하여 응징을 하리라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술을 깨고 보니 그게 방성철이었는지 김병찬이었는지 명성훈이었는지 아리까리하게 잘 생각이 나지 않네요. 그래서 그냥 좋은 일 한 것으로 간주하여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참, 2차에서 6만원은 정확하게 6만원이 아니고 5만 몇천원이었는데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몽땅 주니 나중에 택시비가 남았었습니다. 이래저래 꼭 맞춰서 잘 먹은 셈입니다.)

 

하여튼, 노래방에서 방성철과 김ㅇㅇ씨를 부르스를 치게 하고 맥주잔을 돌리고 명성훈이 신혼부부라고 이제 내놓고 부르스를 땡기고 하느라 토요일 밤 깊어가는 줄 몰랐답니다. 마지막 결제를 한 시각이 1월 8일 00시 11분 38초(농협비씨카드에서 제 휴대폰으로 결제정보를 알려온 시각임)였답니다. 그러고서...

 

저는 어찌 집에 왔는지 의식을 놓아버렸습니다. 분명히 인사 잘하고 택시 잘 타고 왔겠는데 얼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이더군요. 집사람한테 교육 좀 받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일요일 하루종일 술 깨느라 피곤했습죠. 그렇게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 만나 즐겁게 놀았는데 술 깨느라 하루를 허비한들 뭐가 아깝겠습니까? 다만 "또 잠만 자세요?"라며 고래고래 고함 지르는 올해 7살짜리 제 아들놈한테만 조금 미안하면 그뿐인 것을요.

 

그리고 뭐, 도원결의하듯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다음에는 3월 쯤에 시간 되면 한번 만나자는 이야기들을 누구랄것도 없이 다들 한 것 같고 거기에 대해 아무도 토를 달지 않은 것으로 봐서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에 다시 뵐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들 중 누군가 천만다행으로 로또가 당첨돼 외국으로 도망가는 '불상사'만 생기지 않는다면 다시 뵐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때도 역시 제가 연락하는 노릇을 하겠습니다.

 

방성철이 올해 안으로 청첩장 아니면 부고장을 보내겠노라 자신있게 말한 게 있으니, 어쩌면 그게 빨라진다면 거기서 또 보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방성철 힘내라...아자!

 

그럼 저의 재미없는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이 글은 그날 돈 받아 쓴 것 보고하기 위해 쓴 것인데 주객이 전도된 경우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안녕히 계십시오.

 

/이우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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