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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말과 글은 다른 것이다

by 이우기, yiwoogi 2005. 11. 15.

이야기의 시작 - 말과 글은 다른 것이다

 

누군가 세종대왕이 우리말을 만들었다(창제했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러면 세종대왕 이전에는 우리말이 없었다? 그러면 그 이전인 조선, 고려, 신라 백제 고구려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고 살았을까. 한자로?

 

세종대왕이 만든 것은 한글(훈민정음)이다. 한글은 말을 적는 기호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위의 이야기가 웃기는 이야기가 돼 버린다. 사실, 세종대왕은 당시의 우리말을 적을 수 있는 기호의 하나인 한글(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세종대왕이 우리말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등학교 국어 교육이 문제다. 분명 교육에서는 우리말을 만들었다고 하지는 않았을 터이지만 말과 글의 차이를 충분히 교육하지 않은 잘못은 있을 것이다.

 

말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소리로 드러내주는 수단이고, 말이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려는 것을 붙들어 적는 것이 글자다. 단순해 보이는 이 차이는 사실, 중요한 것이다. 말과 글의 차이는 분명하지만 이 둘은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은 우리의 말에 따라 하게 된다. 말이 없이 생각이 있을 수 없다. 글자 없는 말은 있다. 하지만 글자가 있으면 말의 질서를 쉽게 잡을 수 있다. 말이 질서가 잡히면 생각은 더욱 분명하고 명료해진다. 말과 글의 상호작용은 이렇게 되풀이된다.

 

아무튼 세종대왕은 우리의 말을 옮겨 적을 수 있는 글자를 만들었다. 그 이전에는 한자나 이두, 향찰 같은 문자로 우리 말을 적었다. 한글이 탄생하면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우리의 생각, 사상을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적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 왜 말을 바르게 하고 글을 바르게 써야 한다고 말할까. 말을 하고 글을 쓸 때 꼭 바르게 써야 할까. 이런 것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정신과 관계가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있을까. 말과 글을 바르게 쓰지 않아도 된다면 허용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우리가 잘못 쓰는 말과 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어렵지만 재미있고 힘들지만 의미있는 여행을 떠나보자.

 

여기서는 내가 생각한 것을 적기도 할 것이고 딴 사람도 글을 올려줄 것으로 믿고, 또 신문에 난 글도 옮겨올 생각이다. 말과 글에 대한 풍성한 대화가 오가기를 기대하며 첫머리를 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