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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수입산’이라는 말은 ‘외국산’으로

by 이우기, yiwoogi 2014. 7. 21.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과 같다. 엊그제 노르웨이에서 잡은 연어를 오늘 진주에서 사 먹는다. 오늘 진주시 수곡면에서 수확한 딸기를 내일 일본에서 먹는다. 가히 지구 전체가 하나의 텃밭이라고 할 만하다. 그래도 나라와 나라의 경계가 분명한지라 딴 나라에서 물건을 사오기도 하고, 우리나라 물건을 내다 팔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서 사오는 것은 수입이고, 우리나라 물건을 파는 것은 수출이다.

 

그래서 그런지, ‘수입산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수입했다는 말이다. 국산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무리 봐도 이 말이 잘못된 것 같다. ‘국산우리나라에서 났다(생산했다)’는 말이다. 그럼 외국에서 나서사들인 것은 외국산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수입산이라고 하면 수입에서 났다는 말 아닌가. 말이 안 된다.

 

중국산, 미국산, 일본산처럼 ’()이라는 말 앞에 어느 나라 이름을 넣든지 아니면 뭉뚱그려 외국산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국산의 반대말은 외국산’. 이렇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수입산이라는 말은 올라 있지 않고, 다만 외국산이라는 말만 올라 있다. 외국산이란 다른 나라에서 생산함, 또는 그 물건을 가리킨다고 나와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출하여 외국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은 역시 국산이다. 이것을 수출산이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진주산, 마산산, 안동산, 목포산 이렇게 쓸 수 있겠다. 역시 지명이 들어간다. 국내에서도 앞에는 지역 이름이 들어간다. 아주 자연스럽다.

 

나는 수입산이라는 말이 어색하고 잘못 쓰인 것 같다. 나만 그런가 모르겠다. 아래 기사들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이상한 것 같다. 인터넷 포털 다음(DAUM)의 어학사전에서도 수입산[輸入産]: 외국에서 사들인 물건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렇게 나와 있다. 보기글로 수협 중앙회는 유통 질서의 문란을 막기 위해 수입산과 국산을 구별하는 요령을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라고 올려놓았다. 네이버(NAVER)도 똑같은 보기글을 올려놓았다. 이런 지경이니 나 혼자 잘났다고 우길 일도 아니지 싶다. 괜한 말 걱정이다. 정말 괜한 걱정일 뿐일까.

 

수입산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쓰는 기사 제목을 몇 가지 찾아본다. 실제로는 아주 많다. 언론사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이런 생각없는 언론과 시비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된장·고추장 수입산 대두 사용? GMO ‘확인불가

-삼겹살 값 뛰자 수입산도 꿈틀국산 대체수요 늘어

-, 새 축구공 최우수선전수입산 못지않아

-중국 우유 소비 시장, 국산과 수입산 사이 딜레마

-값싼 수입산 과일 홍수토종 사과·수난시대

-‘신경통·관절 특효?’수입산 지네·도마뱀 식품 둔갑

-저가 수입산 물량 공세에 밀린 국산 사과·배 설자리가 없다

 

물론 외국산이라는 말을 쓰는 언론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몇 가지만 보자. 언론사의 이름도 밝혀둔다. 칭찬해 주고 싶어서이다.

 

-외국산 농기계만 늘리는 농기계 지원제 (KBS)

-'AI 여파' 올해 외국산 달걀 제품 1300톤 이상 수입 (MBC)

-조달청, 22외국산 물품의 효율적인 조달방법교육 (이데일리)

-육류 판매, 국산 곤두박질 외국산 급증 (부산일보)

 

언론사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기사에 제목을 다는 편집기자에게 묻고 싶다. ‘수입산이라는 말이 정말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지. 국산의 반대말은 외국산이 아니라 수입산이라고 생각하는지. ‘~에서 앞에는 지명이나 나라이름(나라이름도 넓은 의미에서 지명이다)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지.

 

, 그러나 어찌 언론사만 탓하랴. 카페에도, 블로그에도, 가게 이름에도, 모임 이름에도, 지식백과에도 수입산이라는 말은 차고 넘친다. , 그래서 언론을 탓해야겠구나. 국립국어원 같은 정부 기구도 좀 나무라야겠구나. 수입산이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니 외국산이라는 말로 바꿔쓰는 게 맞다고 널리널리 퍼뜨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뿌리는 기관단체들의 언론 담당자들이 정신을 좀 차리면 나아지려나.

 

이런 말 하나를 두고도 괜한 걱정과 불만, 그리고 고민을 하는 나는 누구인가.

 

2014.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