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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이대로]초등 1학년부터 영어 교육 막아야 합니다

by 이우기, yiwoogi 2006. 1. 31.
초등 1학년부터 영어 교육 막아야 합니다

 

영어 조기교육 확대 사회 양극화 심화시켜
정부의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 전면 재검토해야
 
이대로 논설위원
 
▲이대로 참말로 논설위원이 17일 경기도 교육청에서 시행한 초등학교 교사 연수회에서 강의하고 있다.     ©인병문 기자

정부는 지난 11일 교육인적자원부 등 20개 기관 합동으로 향후 5년 간 ‘사람과 지식’ 위주의 혁신주도형 국가성장전략을 추진할 제2차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2006 -2010년)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의 계획안는 1.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영어 조기교육을 1학년으로 시범 확대. 2. 2008년까지 초등 영어교육 확대 방안 마련. 3. 시범학교에 원어민 영어교사를 배치하는 한편 현재 활용중인 교재의 추천 또는 인정도서로 활용. 4. 경제특구·국제자유도시에서는 2008년부터 영어 몰입교육 시범 실시 등을 함하고 있다.

나는 이 계획안을 보고 " 별 이상한 것들 다 보겠네! 아이고 어지러워!"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술집 근처에 술주정꾼이나 뒷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고 한 말이 아니다. 이 나랏일을 하는 장관과 공무원들이 하는 꼴을 보고 저절로 틔어 나온 말이다.

정부가 하는 일을 보고 "아이고 고마워라! 참 잘 한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와야 하는 데 그 정반대 말이 나오니 어쩐단 말인가? 지금 하고 있는 영어 조기교육도 잘못된 것으로 당장 중지해야 할 실패한 정책인데 거기다가 1학년까지로 확대하고 영어로만 수학, 과학도 가르치는 몰입교육을 한다니 눈앞이 캄캄하다.

나는 한마디로 "영어 조기교육 확대와 영어 공용어 추진 정책은 겨레와 겨레말을 죽일 얼빠진 정책이다."라고 보기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하는 조기교육'도 잘못된 것이고 실패한 것이다. 오히려 그 영어 조기교육도 당장 중지해야 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조기교육을 시행해서 얻은 게 무엇인가?

영어 조기교육은 사교육비 증가와 사회 양극화 심화시켜

첫째, 엄청난 사교육비를 더 들게 만들었다.

학원바람과 조기유학바람만 일으켰다. '기러기 아빠'와 '오 과부'란 말까지 나오게 했다. '기러기 아빠'는 아내와 자식은 외국으로 영어 공부하러 보내고 남편만 이 땅에서 혼자 살며 돈만 대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외로움과 돈 걱정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오 과부'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지방으로 영어 공부를 시킨다고 애만 데리고 가 홀로 사는 엄마를 말한다. 그런데 이 '오 과부'도 외로움에 바람을 피우다가 말썽이 되고 있다고 한다. 영어 조기교육이 가정을 파괴하고 젊은 부부의 삶을 짓밟고 있는데 교육부 장관과 직원들은 딴 재미를 보는 게 있는 지 아무 걱정도 없다.

둘째, 어린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병들게 한다.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말이 통하지 않아 외로움과 고통으로 시달리다가 빗나간 애들이 한 둘이 아니다. 외국으로 간 학생들만 그런 게 아니다. 지금 서울에 있는 정신병원에 가면 엄청난 학습부담에 정신이상을 일으킨 애들로 가득 차있다. 마음 착한 애들이 그 공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걸린 것이다. 이 공부 압박감에 영어 공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영어 열병으로 애들이 시들어가고 있다. 공부를 많이 하다가 보니 정신이 약해지고 눈도 나쁘게 되어 안과 병원과 안경 가게만 북적거리게 하고 있다. 좋은 현상이 아니다.

셋째, 지나친 조기교육바람에 개인 살림은 말할 거 없고 나라살림까지 흔들리고 있다.

개인 집도 살림에 드는 돈보다 아이들 사교육비가 더 들어가는 집이 많다. 영어 학원비와 교재비들이 만만치 않다. 늙은 부모님을 모시고 돌보는 데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어린아이 교육비에 다 쓴다. 그 뿐이 아니다. 부모 인생은 내버렸다. 피땀 흘려 돈을 벌어서 애들 학원비와 조기 유학 비를 대느라고 허둥대는 사람이 많다. 원어민 강사라는 외국인을 들여오는 데, 또 토익이란 영어 자격시험 보는데도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모두 외국이나 외국인에게 빠져나가는 돈이다. 국가 손실이고 국력 낭비다. 피땀 흘려 낸 세금이 정부에서만 영어 교육에 낭비되는 게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수백억 원을 들여 영어마을을 만들고 난리법석이다.

넷째, 우리말이 죽어가고 영어 회사이름과 간판만 늘었다.

외국인을 만나서 외국말을 제대로 하기보다 우리말에 외국말만 섞어 씀으로써 우리말만 지저분하게 만들었다. 일제가 우리 겨레를 영원히 지배하려고 우리 겨레말을 못 쓰게 하고 일본식으로 이름을 바꾼 건 비판하면서 지금 정부와 재벌 등 지배층은 스스로 미국식 창씨개명을 하고 있다. 멀쩡한 회사 이름과 상품이름을 영문으로 바꾸고 있다. 일제가 우리말을 못 쓰게 하고 일본말을 강제로 쓰게 한 것을 비판하면서 지금 한국 지배층은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그리고 그게 나라가 잘 되는 일이고 선진국이 되는 길이라고 한다. 참으로 웃기는 한국의 지배층이다. 큰 모순이다. 이 꼴을 일본인들은 어떻게 볼 지 부끄럽다. 한국말과 한국 글자와 한국 얼을 더 지키고 빛내야 할 한국 지배층은 오히려 이를 짓밟고 있다.

이 밖에도 영어 조기 교육이 불러온 피해와 문제점이 많이 있으나 하나만 더 말하겠다. 영어 조기교육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하지만 후진국으로 떨어지게 하고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는 필리핀이나 인도처럼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로 몰고 있다.

그 시초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의 경제식민지가 된 일이다. 무식한 김영삼 정권은 얼빠진 세계화를 준비 없이 외치며 영어 열병을 일으켜 겨레말을 시들게 해서 겨레 얼이 빠져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지금 기업도 나라도 외국 자본에 반 이상이 넘어갔다.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고 영어 조기교육을 시행한 게 그 시초요 발단이었다. 그런데도 김대중 정권도 노무현 정권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꾸 겨레말을 시들게 만들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며칠 전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양극화 해소와 사교육비 절감에 힘쓰겠다."고 말했는데 영어 조기교육과 조기교육 확대는 양극화 현상을 더 심하게 만들고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온다는 걸 모르고 말하는 거 같다. 지금 하는 3학년 영어 조기교육도 가난한 도시 가정이나 농촌 학생은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더 확대하니 말이다. 거기다가 이 정책을 시행하는 게 그런 학원을 못 가는 학생을 위한 것이라니 코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참으로 한심한 정부요 대통령이라고 생각된다.

영어 조기교육 주장 설득력 없어

영어 조기교육을 확대하는 자들은 첫째, 국제화시대엔 영어가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어 필요성이 더 높아지긴 했지만 영어가 공용어라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이고 억지다.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도 중요하다.

둘째, 외국어는 어릴 때 가르치는 게 좋기 때문에 조기교육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것 또한 지나친 말이고 억지다. 무조건 어려서부터 가르치면 좋은 게 아니다. 지금 많은 학자들이 부작용이 더 크다는 말을 하고 있다.

셋째, 사교육비를 줄이고 농어촌 학생들을 위해 조기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참으로 웃기는 소리다. 영어 조기교육을 시행해서 학원과 해외 조기유학바람을 일으켰으며, 농촌 어린이들을 더 고통 받게 했는데 거기다 확대하면 더 힘들게 될 것이다. 차라리 영어 학원업자와 할 일 없는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영어 조기교육을 확대하겠다면 고개를 끄덕이겠다.

10여년 전 영어 조기교육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나는 영어 조기교육 반대자로 공개토론 방송을 하러 간 일이 있다. 그런데 그 때 찬성자 한 분이 종로에 있는 영어학원 재벌에다가 미국 토익시험 한국대리점을 맡은 분이었다. 나는 그 때 나는 영어 조기교육을 주장하는 이들이 자기 개인 이익을 위해 그 주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민 영어 능력향상이란 순수한 마음보다 돈벌이를 계산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 때 내다 본 대로 영어 조기교육은 얻는 거보다 잃는 게 많았고 세계에서 미국 토익시험을 가장 많이 보는 나라로 만들었다.

영어 조기교육을 확대할 게 아니라 지금 하는 영어 조기교육도 다시 검토하고 중지하든가 개선해야 한다. 나는 1월 17일 경기도 교육청에서 시행한 초등학교 선생님들 연수회에 강사로 가서 '영어 조기교육이 성공했는가? 1학년부터 시행하는 걸 찬성하는가?"물으니 모두 실패했으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가르치는 건 돈벌이에 눈 먼 세력과 얼빠진 교육부 관리들이 만든 못된 정책이다. 중, 고교 영어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지원하는 게 더 먼저 할 일인데 하지 않고 있다. 중, 고교에서 영어 교육이 제대로 되면 돈벌이가 안 되니 자꾸 어린애들을 건드리고 괴롭히고 있다. 어린애들을 건드릴수록 돈벌이가 잘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스스로 외국어 교육을 하고 싶어 하고 어학에 재주가 있는 학생과 학교를 집중 지원해 전문가를 기르는 게 현명한 정책이다. "라고 말하니 모두 박수를 보냈다.

영어 조기교육 확대니 영어 공용화니 주장하는 현 지배층과 정치세력을 대신할 새 정치세력, 시민세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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