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오늘은 577돌 한글날입니다. 이날만 되면 신문 방송은 한글이 얼마나 우수한 문자인지 앞다퉈 말합니다. 이날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외국어 외래어 외계어 잡탕말을 아무렇지 않게 마구 씁니다. 미안해 하지도 않고 부끄러운 줄도 모릅니다. 그런 일을 보는 우리가 부끄럽습니다.
말글살이를 우리말 우리글로만 할 수 없습니다. 외국에서 새로운 현상이나 물건이 생기면 그 이름도 따라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말로 바꾸어 쓰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아니 이런 것은 두 번째 문제입니다. 이미 있는 우리말 우리글을 살려 쓰려는 노력만 해도 이렇게 둑이 무너져 홍수 난 것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정부, 언론, 교육이 문제라고 봅니다. 온 나라가 말과 글에 무감각해져 가더라도 한쪽에서 끊임없이 말글 독립 운동, 말글 민주화 운동을 하는 분이 많이 계시므로 희망을 모두 버리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한 가지만 제안합니다. 유명한 식당에 가면 기다리는 사람이 줄을 서 있습니다. 이를 두고 "웨이팅이 많다."라고들 합니다. "몇 시간 동안 웨이팅해야겠군."이라고 합니다. 이러지 맙시다.
"꽤 기다려야겠군.", "기다리는 사람이 제법 많군.", "기다리는 줄이 기네."라고 하면 어떻습니까. '기다리다, 기다리는 줄, 줄이 길다. 오래 기다리다'라는 말을 쓰면 충분합니다. 아름다운 우리말 '기다리다', '줄 서다'를 두고 '웨이팅'이라고 쓰지 맙시다.
2023. 10. 9.(월)
태극기 내걸고 나서 몇 자 적습니다.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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