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교수 책을 사무실에 두고 왔다. 미리 사 둔 김 교수의 두 번째 책을 폈다. 앞의 책은 단어에 대한 것이고 이 책은 문장에 대한 것이다. 55쪽까지 읽었다. 잘 샀다고 생각한다. 문장을 제법 틀리지 않게 쓴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런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정말 틀리지 않게 썼는지 스스로 되묻게 된다. 남의 글을 고칠 때 제대로 알고 고쳤는지 따져 든다. 앞으로 문장을 완벽하게 쓸 수 있겠느냐 질문한다. 부끄럽다.
책 이름은 <100명 중 98명이 헷갈리는 우리 말 우리 문장>이다. 100명 가운데 98명이 헷갈린다는 말은 나에게 위안이 된다. 대부분의 국민이 헷갈린다는 뜻이고 나도 그 대부분에 속한다. 군중 속에 묻어 있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랴. 만약 98명이 아니라 ‘2명이 헷갈리는’이었더라면(그런 책은 아예 나오지도 않았겠지만) 큰일날 뻔하지 않았나. 우리 말에 관련한 내용은 앞의 책 <더 맞춤법>과 좀 겹친다.
김남미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글을 쓰는 것이 문장을 잘 쓰는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글이 문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하지만 문장을 수정하는 과정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중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사고를 하고 있는지를 아는 일은 자신이 쓴 글을 고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자신의 글을 수정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의 글을 수정하면서 배우게 된다. 그래서 잘못된 문장을 구분하고 이를 제대로 수정하는 일은 그 나름의 중요성을 갖는다.
한국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사람은 머릿속에 한국어 문법이 내재되어 있다. 그 문법을 활용하여 읽고 말하고 쓰고 듣지만, 우리는 그 문법이 어떤 질서를 갖는지 확인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보인 비문의 수정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지 않았던 문법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문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재된 지식을 확인하는 일, 그 자체도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과정의 하나다.”
2020. 8. 4.
이우기
'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방의회 국어진흥조례 개정에 속도(경남도민일보) (0) | 2020.10.26 |
---|---|
LH 건설현장 우리말 사용 앞장(경남도민일보) (0) | 2020.10.11 |
더 맞춤법 (0) | 2020.07.30 |
[기고] 정확하고 쉬운 보도용어로 국민과 소통하자 (0) | 2020.06.18 |
보도자료 (0) | 2020.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