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 다만 이번 정세 불안이 심화되고 장기화하는 경우 국제 곡물 공급망 차질과 함께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2022. 02. 09. 19:54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갈 것인지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돌아가는 꼴을 보니 한 판 크게 붙을 것 같다. 이 기사는 전쟁이 나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돌아보는 내용이다.
‘심화되고 장기화하는’이라고 썼는데, 심화에는 ‘-되고’라고 했고, 장기화에는 ‘-하는’이라고 붙였다. 둘 다 앞말에 ‘-화’(化)가 있다. 차이가 있을까. 둘 다 ‘-하고, -하는’이라고 하는 게 맞다. 앞에 될 화(化)가 있더라도 ‘-하다’라고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공급망 차질’이라고 썼는데, 굳이 따지자면 ‘공급 차질’일 것이다. ‘공급망’을 살려 쓰고 싶으면 ‘차질’보다는 ‘붕괴’와 비슷한 뜻을 가진 말이 필요하다. ‘-과 함께’는 빼는 게 낫다. 공급 차질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라는 말은 참 모호하다. 배배 꼬아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지 미치지 않는다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내용으로 보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사를 이렇게 쓰면 어떨까. ‘다만 이번 정세 불안이 심화, 장기화할 경우 국제 곡물 공급 차질과 그로 인한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다고 진단했다.’
137.
◐ 문 대통령이 분노를 여과 없이 표출한 것은 윤 후보가 선을 넘어 현 정부의 정체성을 부인했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2022. 02. 10. 20:55 연합뉴스 티브이)
불과 6-7개월 전 검찰총장이던 사람이 있다. 그는 한 달 뒤 치르는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돼 있다. 여론조사로 보면 그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현 정부를 적폐로 몰아 수사하겠다고 떠벌였다. 지금 대통령이 화를 낼 수밖에 없게 됐다. 기자들은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들 썼다. 지금 정부가 적폐라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는 뭐 했느냐고 물을 만하다. 우리나라 정치판이, 선거판이 이렇다.
언뜻 보면 이 문장은 문제가 없다. 몇 번 읽어보면 좀 이상하다. 서술어부터 본다. ‘판단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주어는 ‘표출한 것은’이다. ‘표출한 것은’ 다음에는 분노를 여과 없이 표출한 ‘까닭’이 따라와야 한다. ‘까닭’은 ‘~ 때문이다’라는 형태를 취한다. 보통 그렇다. ‘표출한 것은 ~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라고 해야 문장이 제대로 호응한다.
다시 써 본다. ‘문 대통령이 분노를 여과 없이 표출한 것은 윤 후보가 선을 넘어 현 정부의 정체성을 부인했다고 판단했기(판단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원래 기사와 고친 기사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자연스러운지 읽는 사람이 판단할 수 있겠다.
이 기사에서는 ‘대선판에 계속 휘말려있는 것은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부담이 된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라는 문장도 있다. ‘대선판에 계속 휘말려있는 것은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해야 덜 어색하다.
138.
◐ 아울러 한계 대학에 대한 구조 조정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정부가 일일이 대학에 간섭하는 규제 중심의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2. 02. 09. 17:47)
‘대학 위기’라는 말이 나온 건 20년도 넘은 것 같다. 그런데 아직도 위기라는 말만 하고 있다. 10여 년 전 교육부 장관을 지낸 사람도 대학에 돈을 많이 줘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을 위기에서 구할 방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라는 분들의 말씀도 거기서 거기고 늘 도돌이표처럼 보인다.
이 기사 문장에서 ‘한계 대학에 대한 구조 조정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되’에 ‘-에 대한’이 들었다. 언뜻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는 문장이지만 여러 번 읽어 보면 좀 어색한 게 드러난다. ‘한계 대학을 구조 조정하는 것’이 ‘한계 대학에 대한 구조 조정’은 아니다. ‘한계 대학은 지속적으로 구조 조정하되’처럼 쓰면 문장은 간단명료해지고 뜻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기사 문장의 생명은 간단명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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