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했다.
남해 섬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올 생각이었다.
주말 이틀을 집에서만 묵새길 순 없었다.
남해군은 스스로 ‘보물섬’으로 부른다.
보물을 찾고 싶은 건 아니었다.
햇살이 제법 포근하게 번지고 있었다.
진주에서 남해로 가자면 사천을 지나게 된다.
사천공항 지나자마자 제3 훈련비행단 정문이 보인다.
“지난번 휴가 때 저기까지 데려다 주었다”라고 말했다.
수십 번 지나다닌 길과 건물을 새롭게 바라보았다.
블록 담벼락과 쇠 울타리 너머 아들이 있을 것이다.
전날 밤 오고간 카톡을 생각하면 지금쯤은
아들이 ‘소통대회’라는 걸 하고 있을 것이다.
주말을 퍼질러앉아 놀게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리저리 편을 나누어 족구를 하는 모양이다.
청춘 남자들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데는 운동이 제격이다.
축구도 좋고 족구도 좋은데, 요즘은 족구가 대세이다.
남해 독일마을에서 바다를 보고 바람을 쐬었다.
<환상의 커플>을 찍은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다.
멸치쌈밥과 제주흑돼지와 전복간장조림이 맛있었다.
차를 마시며 졸음을 즐기다가 되돌아왔다.
차가 많았고 연인들이 많았고 바람은 적었다.
다시 사천 시내를 지난다.
파란 신호등 따라, 앞차 꽁무니 따라 달렸다.
아내는 부대를 향하여 사진을 찍었다.
부대 담벼락에서 10분은 더 걸어가야 생활관이 있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불러도 들리지 않을 공간이다.
그저 느낌이라도, 마음이라도, 추억이라도 담는 것이다.
늦게 온 카톡에서 아들은 족구 4팀 중 3등을 했단다.
참 잘했다. 4등을 했으면 자존심이 좀 상했겠지
1등을 했으면 다음 대회가 더 부담스러웠겠지.
2등을 했으면 1등 못한 아쉬움이 너무 컸겠지.
3등을 했으니 가장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을 얻었을 것이다.
남해는 진주에서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2시 30분이다.
남해는 볼 것이 많고 먹을 것도 많다.
사진 찍고 싶은 곳도 제법 많다.
가는 길, 오는 길에 아들의 부대를 스쳐지나가는 것은
우리에겐 덤이자 재미이다. 어떤 그리움이다.
2021. 1. 11.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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