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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첫 휴가가 남긴 것…

by 이우기, yiwoogi 2020. 11. 9.

 

마음은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복잡합니다.

놓쳐버린 막차처럼 아쉽고 허전합니다.

말은 머릿속에 갇혔고 사랑은 가슴속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 나흘이 허무하기만 합니다.

 

동시에 불어닥친 여러 갈래 풍파 속을 헤맸습니다.

어머니 병환 때문에 정신을 수습하기 힘들었습니다.

밥벌이 일도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어지럽습니다.

모든 것이 가지런해지지 않았습니다.

 

힘들고 괴로웠던 이야기를 한 가마니 쏟아놓았습니다.

그로 하여 카타르시스를 좀 느꼈으면 합니다.

특기는 마음에 안 들지만 자대는 흡족한가 봅니다.

이로 하여 견딜 에너지를 얻었기를 바랐습니다.

 

안개 같은 앞날이 아직은 두려운가 봅니다.

그래도 조금씩 알아낸 정보를 풀어놓습니다.

갈랫길을 만나면 잠시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선택당하든 그 길이 나의 길임은 느끼겠지요.

 

딱히 먹고 싶은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굳이 가야할 곳이 있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푹 자고 친구 만나고 동아리 회원 만났습니다.

마지막 날엔 머리 깎고 가방 챙겨 일어섰습니다.

 

마주앉아 김치찌개를 먹고 라면을 말아 먹었습니다.

소주 한 잔이 간절했지만 돌아와야 했으므로 참았습니다.

부대까지 태워주고 오는 길은 20분도 길었습니다.

멀기나 했으면 돌아오는 길이 외려 흐뭇했겠습니다.

 

아홉시 반까지 들어가면 될 것을 여덟 시에 들어갔습니다.

저녁 먹고 사천 시내를 한 시간 동안 돌았습니다.

헤어지기 싫은 연인도 이만큼 애틋하진 않을 겁니다.

들어가야 나온다는데 들어가는 게 이토록 어려울 줄이야.

 

보름쯤 있으면 정기 휴가를 나올지 모른다고 합니다.

휴가에 개인 연가를 더하여 나흘을 나올 수도 있답니다.

귀대하는 녀석이 남은 저를 더 위로해 줍니다.

아들과 아버지 역할 바꾸기 놀이 같습니다.

 

집에 와 보니 아들방이 깔끔하여 오히려 더 속상합니다.

말 한마디 더 따뜻하게 해주지 못한 게 못내 걸립니다.

맛난 것 하나 더 사주지 못한 게 목구멍에 얹힙니다.

왜 이다지도 어리석고 서툴기만 한 것일까요.

 

이제 시작이라고 여기고 심기일전 하겠습니다.

다음에 나오면 더 크고 깊은 울림을 전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어버이가 곁에 있다는 걸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힘이 되고 웃음이 되도록 해 보겠습니다.

 

2020. 11. 9.(월)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