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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진주아이쿱생협 조합원 한마당 <오작교 아리랑>

by 이우기, yiwoogi 2019. 11. 26.

진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있다. 이름이 길다. 줄여서 진주아이쿱생협이라고 한다. 그래도 길다. ‘진주아이쿱이라고 해도 통한다. 어렵다. 아이쿱이 뭔지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통 모를 것이다. 아이쿱을 검색하면 아이쿱생협, 자연드림, 아이쿱노조, 구례 아이쿱, 괴산 아이쿱, 아이쿱 채용, 한살림 같은 말이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이쪽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각각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지만 이런 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더욱 헷갈릴 것이다. 백과사전에 아이쿱(iCOOP)생협을 찾으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아이쿱생협(iCOOP생협)은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가 함께 운영하는 사업체를 기반으로 윤리적 소비와 생산을 실천하는 협동조합이다. 조합원의 참여와 협동을 통해 생활 속의 요구와 문제에 대한 대안을 운동과 사업으로 만들어가며, 조합원이 직접 상품을 선정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 합리적인 관리시스템으로 한국 사회의 식품 기준을 높여간다. 아이쿱생협은 생협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행복한 삶을 위해 나와 이웃과 지구를 살리는윤리적 소비를 실천한다.

 

아이쿱생협은 20년 전 6개의 작은 지역생협이 주춧돌을 놓아 설립되었으며, 크게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회장 박인자),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회장 박인자) 50여개의 자회사가 있다. 201612월 기준, 전국 90개 조합생협(준조합 포함)200개 이상의 자연드림 매장, 28만 명이 넘는 조합원이 가입되어 있다. 직원 수는 3600여 명 이상, 매출액은 5500억 원 이상으로 사업액 기준으로 대한민국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중 가장 큰 규모이다.”

 

다른 건 다 제쳐놓고 사업액 기준으로 대한민국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중 가장 큰 규모라는 데 눈길이 간다. 이 대단한 조직의 한 가지가 진주에서 자라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에 견주면 이제 다 자랐다고 말하는 게 맞겠지만 앞으로 할 일과 해야만 할 일을 생각하면 여전히 자라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진주아이쿱생협은 2002년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조합원은 70명이었다. 17년이 흐른 현재 조합원은 4300여 명이다. 그 사이에 진주아이쿱생협에서 거제통영사천 아이쿱생협이 가지를 쳤다. 자연드림 매장은 진주에만 3개나 된다. 백은숙 이사장은 이날 행사 인사말에서 혁신하여 새 길을 만들어온 아이쿱생협의 굳건한 지역조합으로 우뚝 선 진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되었다.”고 선언했다.

 

이 진주아이쿱생협이 극단 큰들과 함께하는 진주아이쿱생협 조합원 한마당을 열었다. 그 한마당 행사로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에서 극단 큰들의 마당극 <오작교 아리랑>을 공연한단다. 처음 이 행사를 알리는 그림을 봤을 때 눈과 귀가 번쩍 열렸다. 눈과 귀가 번쩍 열린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바로 진주아이쿱생협이 큰들과 뭔가 모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진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진주를 기반으로 전국에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큰들이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큰 사건이다. 알고 보니, 큰들은 진주아이쿱생협의 첫 번째 단체 조합원이라고 한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이면 지신밟기도 해주는 등 진주아이쿱생협과 유대가 깊단다. 올해 봄이었던가. 진주아이쿱생협 이사장을 비롯해 많은 분이 사천시 곤명면 작팔리에 있는 큰들을 찾아간 적 있다. 이때부터 김이 모락모락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1025일 큰들의 산청 마당극마을 준공식 때 진주아이쿱생협 이사장과 이사 몇 분이 다녀갔다. 진주아이쿱생협과 큰들이 마음과 힘을 모으면 못해낼 게 없을 것이다. 흡입력이 무척 높은 큰들의 마당극과 광범위하고도 충성도 높은 진주아이쿱생협의 조직력이 맞손을 잡는다면 그 결과는 과연 어떨 것인가, 보지 않아도 알겠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진주아이쿱생협이 조합원 한마당 행사를 하면서 굳이 마당극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빌렸다. 조합원의 남편이지만, 나는 그동안 한마당 행사를 꼼꼼히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해마다 굵직굵직한 행사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직접 가 보거나 챙겨보지 않았다. 이래저래 잘 아는 분들이 진주아이쿱생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거나 하고 있어서 늘 관심의 테두리 안에 있었지만 내가 그 안에 뛰어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쩌다 한 번씩 평거동 자연드림 매장에 먹거리를 사러 간 적은 있다. 그런데 진주아이쿱생협이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애정하는이라고 쓰면 틀림) 마당극을 초청했다는 것 아닌가. 이건 그동안 진주아이쿱생협에 대해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외면했던 나를 꾸지람하는 것이 아닐까.

 

조합원 한마당은 조합원만이 참석하는 게 기본일 것이다. 그리고 조합원 가족까지 참석할 수 있다. ‘그런데 조합원 가족을 어디까지 정할 것인가.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에라, 모르겠다. 조합원 이름으로 예약하는 건 모두 받아들이자. 이렇게 생각했겠지. 그리하여 진주아이쿱생협이 초청하는 극단 큰들의 마당극 <오작교 아리랑>은 사실상 소식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진주아이쿱생협의 포용력을 무엇에 빗댈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진주아이쿱생협에 대해서도, 마당극에 대해서도, 더구나 아리랑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던 장삼이사가 이번 한마당 행사에 함께함으로써 결국에는 진주아이쿱생협 조합원도 되고 극단 큰들의 후원회원도 되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겠다. 진주아이쿱생협의 포용력은 더 크게 키워 나가고 더 넓게 넓혀 나가려는 전략이었을까.

 

백은숙 이사장은 이에 대하여 더 많은 조합원 가족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신명나게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궁리하다가 극단 큰들을 떠올렸다.”면서 진주아이쿱생협과 이곳 진주에서 발붙이고 살아온 큰들, 그들이 빚어내는 진한 예술의 향기라면, 우리 조합원 모두가 한동안 감동하고 행복감에 젖을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아무튼 나는 이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려놓고 누구든 말씀만 하면 표를 구해 주겠다고 했다. 이런 일을 계기로 진주아이쿱생협 조합원도 확보하고 극단 큰들의 마당극도 소개하는 구실을 아주 조금이라도 하고 싶어진 것이다. 극단 큰들의 마당극을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하신 한 분과, 나와 함께 하동산청으로 마당극 보러 제법 다니신 한 분과, 진주에선 이제 꽤 유명짜한 내년 4월을 기다리는 한 분과, 경상대 동료 직원 한 분의 가족이 함께하게 됐다. 나를 포함하여 관객 8명이 모였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어느 구역, 어느 열의 절반 정도는 차지하게 됐다. 이만하면 진주아이쿱생협에 부끄럽지 않을 조합원 남편이자, 극단 큰들에도 미안하지 않을 후원회원이랄 수 있겠다.

 

토요일 오후 공연 관람을 앞둔 금요일 저녁, 고등학교 동문회에서 너무 세게 마셨다. 9시쯤이면 핫바지 방귀 새듯 사라지는 내가 어쩌자고 3차까지 갔던가. 1차는 그렇다고 치고, 2차는 어쩌다 보니 내가 아는 +맥주집으로 가게 됐으니 그렇다고 치고, 3차는 단둘이서 <우산>까지 갔으니 볼장 다 본 것 아닌가.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햇살은 찬란한데 뱃속은 참담하고 머릿속은 복잡했다. 9시까지 경상대 모임에 가야 하는데. 결국 9시 모임은 포기했다. 카톡으로 불참을 통보받는 심정은 어느 모임의 총무나 회장을 해본 사람은 잘 안다. 그런 카톡을 보내는, 언필칭 고교 동기회 사무국장인 나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문제는 오후 5시에 시작하는 공연이었다. 몸 상태가 이대로라면 포기해야 할 판이었다. ‘시스터즈 테이블’(대표 차명지)에서 전날 사 놓은 국을 데웠다. 억지로 먹었다. 점심은 아들과 함께 먹었다. 라면 국물을 먹었고 밥도 먹었다. 머리는 점점 맑아져 왔으나 뱃속의 참담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30분쯤 집을 나섰다. 일단 싸돌아다니다 보면 나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심정이었다.

 

먼저 진주아이쿱생협 자연드림 평거점으로 갔다. 빵과 음료수를 샀다. 공연하는 배우들에게 5시는 애매한 시간이다. 점심을 늦게 먹기에도 그렇고 저녁을 일찍 먹기에도 그렇다. 예행연습(보통 리허설이라고들 한다) 중에 조금이라도 먹거리가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주차장에 도착하니 정각 2시다. 일찍도 갔다. 예약한 표를 입장권으로 바꿔주는 건 3시나 되어야 해줄 것인데. 배우들을 만나기 위해 1층으로, 3층으로 왔다 갔다 했다. 무대 뒤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예술회관 사무실 앞으로 갔다. 직원의 도움으로 겨우 배우들에게 접근했다. “함 들어간다~!”라는 대목을 연습하고 있어서 그냥 빵과 음료수를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하은희 배우에게 전달하고 돌아 나왔다. 뱃속도 좀 편안해진 듯했다.

 

강변무대가 시끄럽다. 표 바꾸려면 1시간은 더 기다려야겠기에 시간이나 때우자 싶어 강변무대로 갔다. 어느 단체에서 청소년 춤 경연대회를 하는가 보다. 젊은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저들 나름의 꿈과 끼를 발산했다. 몸 동작에는 절도와 힘이 있었다.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고함과 손뼉이 퍼졌다. ‘저런 나이에는 저렇게 놀아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런 나이에 어디에서 무엇을 했을까. 우리 아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행사 이름이 댄스 컴피티션이 아니라 춤 경연대회였더라면 훨씬 좋았겠는데, 그들은 댄스가 다르고 경연대회컴피티션이 다르다고 생각하겠지. 날씨는 아주 포근했다. 땀이 났다. 다시 예술회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3시쯤 표를 바꾸러 갔더니 이미 너덧 사람이 줄을 서 있다. 남들보다 먼저 가야 자기가 앉고 싶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법. 그래도 5등 정도 했으니 잘했다고 해도 되겠지. 함께 공연 보실 분들을 생각하며 B블록 5열을 골랐다. 더 가까우면 눈높이가 무대보다 낮겠고 더 멀면 배우들 얼굴이 구별되지 않을 것 같았다. 지난번 정기공연 때 9열에 앉았는데 좀 멀구나느낀 바 있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1층 매표소 앞에 앉아 행사 안내 전단을 보고 또 보았다. 이사장 인사말도 보았고 극단 큰들 소개글도 보았고 <오작교 아리랑> 작품내용 소개도 보았다. 진주아이쿱생협을 소개한 것도 꼼꼼히 읽었다.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더만나위원회맞이위원회 등 이런저런 위원회가 11개나 되고 프랑스자수기타보드게임 등 소모임은 4개 지역에 26개나 된다. 그만큼 많은 회원이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마을모임이란 것도 있는데 신나는마을(신안동)을 비롯해 10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참 대단하고 대단하다. 위원회, 소모임, 마을모임들이 가로세로로 얽히고 올록볼록 무늬지어져 진주아이쿱생협을 꾸려가는가 보다. 마음속으로 응원의 손뼉을 보냈다.

 

드디어 공연장으로 들어간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진주아이쿱생협의 김인경 이사가 출연하는 대목이다. 큰들은 1119일 오후 김인경 이사가 큰들 연습실에서 연기 수업하는 장면을 살짝 공개했다. 큰들은 <오작교 아리랑>168회째 공연하는 터라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기 연습을 따로 할 필요가 없는데도, 김 이사의 연기 연습을 돕기 위해 출근했다고 한다. 그 공개된 사진에 붙은 댓글을 보면 범상치 않은 분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백은숙 이사장은 큰들에서 김 이사를 업어갈까 걱정된다.” 했고 김미라 이사는 생협의 다크호스라며 하트 백만 개를 날렸다. 큰들의 임경희 작가는 저도 생협에서 인경 이사님 연기하는 거 보고 완전 반했었는데. 이번주 토요일도 완전 기대됩니다.”라고 썼더랬다.

 



김인경 이사는 남돌이 친구가 꽃분이네로 가서 함을 파는 장면에 등장했다. 함진애비 등 남돌이 친구를 꾀기 위해 신선한 생선 한 마리를 회로 만드는 장면이다. 큰들에서는 김안순 씨가 맡은 배역이다. 한 손에는 생선 꼬리 부분을 잡고 한 손에는 무시무시한 칼을 들고 , 시작해 보갔습네다.”라더니 순식간에 회 한 접시를 만들어 낸다. 죽은 줄 알았던 생선 꼬리가 꼼지락거리자 맨손으로 때려잡는 장면도 빈틈 없었다. 동작과 음악이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 돌아간다. 김 이사는 마치 그 역할이 자기의 오랜 역할이기라도 했다는 듯 완벽하게 해냈다. 북한 사투리도 구수하게 해냈다. 표정엔 긴장한 기색이 전혀 없다. 백 이사장이나 김 이사의 댓글은 괜한 너스레가 아니었던 것이다. 김인경 이사는 또 맨 마지막에 나와 인사할 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끼가 충만하다는 것을 대번에 알아보았다.

 


사진은 서성룡 <단디뉴스> 편집장 페이스북에서 빌려옴


이번 공연은 진주아이쿱생협에서 초대한 공연인 만큼 극 내용 가운데 진주아이쿱생협에 대한 이야기가 몇 번 언급됐다. 극단 큰들의 배려이다. 함진애비가 함을 팔러 가면서 이번 결혼식은 꼭 진주에서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때 , 진주아이쿱생협이 탄탄하게 뿌리내린 진주?”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그 외에도 진주아이쿱생협을 치켜세워 주는 대사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극의 흐름에 전혀 방해되지 않게 슬쩍슬쩍 추임새 비슷하게 넣는 것이다. 이날 공연이 어떻게 마련됐는지 아는 관객들인지라 공감과 동감의 손뼉을 쳐준다. 그만큼만 해도 진주아이쿱생협은 이번 공연을 초청한 본전을 빼고도 남을 정도이다.

 



공연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남돌이 부모와 꽃분이 부모가 버나 대결을 벌이고, 관객을 동원하여 버나 이어달리기를 했다. 드디어 두 집안이 화해의 손을 마주잡는다. 이제 다 함께 버나를 돌릴 차례이다. 아이고, 그런데 남돌이 어머니가 버나를 떨어뜨렸다. <오작교 아리랑>을 올해 9, 지난해 14회나 봤는데 처음 보는 광경이다. 내 심장이 뚝 떨어지는 줄 알았다. 곱슬머리가 쭈뼛 서는 것 같았다. 다행히 얼른 수습하여 다 함께 버나를 공중 높이 던지는 장면은 무사히 연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돌이 어머니팬들이 많아진 듯했다. 김미라 이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댓글을 따라가다 보면, ‘남돌 어머니 팬 클럽이 곧 탄생할 듯하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쇳소리에 반한 사람이 나 말고도 많은가 보다. “남잔지 여잔지 모르게 생겼어도그이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이러다가 극단 큰들 배우들 죄다 팬 클럽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공연이 끝났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배우들이 로비에 나와 있다. 그들은 미리 준비해 놓은 사진 찍는 장소에 모였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진주아이쿱생협 조합원과 그 가족들에게 아낌없이 사진 봉사를 한다. 줄이 길다. 우리 일행도 맨 뒤에 서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아이쿱~!” “조옷타~!” 외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잠시 보고 있노라니, 정말 대단한 큰들이고 정말 대단한 진주아이쿱생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을 함께 즐긴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큰들과 아이쿱을 새겨넣었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추억이 되었다.

 



우리는 근처 시골장작구이로 갔다. 일곱 명이 앉아 장작구이를 먹었다. 소맥을 마셨다. 김치찌개에 라면을 끓이고 밥을 먹었다. 서로 찍은 사진을 전달하고 또 새로 찍기도 하면서 공연 관람 뒤 남은 흥분을 즐겼다. 그중 마당극을 처음 본 분께 물었다. “재미있지예?” “아이고, 재미있게 잘 봤십니더.” “내년 봄에 산청, 하동으로 모시고 갈게예.” “좋십니더. 시간 내야겠십니더.”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먹고 마셨다.

 

백은숙 이사장은 인사말 맨 끝에 이렇게 적었다.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해가 비추기를.” 진주아이쿱생협과 큰들의 앞에는 언제나 밝고 환한 햇살이 비치고 바람은 언제나 그들 뒤에서 불어 그들을 앞으로 앞으로 밀어주기를 빈다. 그들이 나와 이웃과 지구를 살리는일을 늘 지켜보고 응원하고 격려할 것이다. 고마운 공연을 준비해 준 양쪽에 손뼉 크게 쳐 드린다.

 

2019. 11. 26.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