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

by 이우기, yiwoogi 2018. 12. 23.

"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다. 그러므로 이지러짐 없이 반듯하게 자리를 잡아 굳게 선 뒤에야 그 말을 잘 지킬 수 있다. 글은 또 말을 닦는 기계라서 기계를 닦은 뒤에라야 말이 잘 닦인다.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다 거칠어지고, 말과 글이 다스려지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잘 다스려지는 법이다. 너희는 우리 말글을 아름답게 가다듬어 후손에게 전해주어야 한다."

"보아라. 지금 강도 일본이 우리 강토를 침략했으니 앞으로 한민족의 근본을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문화요, 그 문화를 지탱하는 것이 언어다. 그러므로 저들은 제일 먼저 우리 말글을 빼앗으려 할 것이다."

"말모이를 만들어야지. 그래야 뒷날 일이 생겨 우리 말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되살릴 수 있는 힘이 된다. 이것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너희가 힘을 합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어떤 희생이 따르든 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한 우리말 어휘를 모으는 것이 급선무다."

말모이는 1911년부터 시작되어 어휘 수집에서 주해까지 진행되었다. 주시경은 연구비를 조달하느라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4년 남짓 노력이 영글어가던 1914년 7월 어느날, 주시경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겨우 38세였다. 가난한 살림을 꾸리느라 애쓰던 부인이 옆집에서 얻어 온 찬밥을 상추에 싸서 먹다가 체해서 일어난 사고였다.

-이상각 <<한글 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유리창, 2013, 319쪽, 1만 5000원)에서

영화 <말모이>를 1월 9일 개봉한다. 영화 포스터를 지난주에 보았다. 어제는 텔레비전 광고도 보았다. 20일도 남지 않았다. 영화 개봉 전에 한힌샘 주시경 선생의 삶과 생각, 그의 조국애를 읽어본다. 나라 잃은 시절 우리말과 글을 끌어안고 조국 광복을 염원했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본다.



*영화 포스터는 영화 <말모이> 누리집에서 가져옴.

2018. 12. 23.
시윤


'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어문 규정집  (0) 2019.01.10
서울시 행정용어 순화  (0) 2019.01.04
경남일보에 나오다  (0) 2018.11.22
클레임  (0) 2018.11.18
런칭? 론칭?  (0) 2018.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