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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꿈-오작교 아리랑 경상대 공연을 기다리며

by 이우기, yiwoogi 2018. 11. 24.



(이 그림은 극단 큰들 국제교류팀장 무로하라 쿠미 님이 오작교 아리랑 주요 장면을 직접 그린 겁니다. 

공연을 직접 보시면 어쩌면 이렇게 잘 그렸을까 싶을 겁니다.)

 

2018518일 산청군 동의보감촌에서 극단 큰들의 마당극 <효자전>을 아내와 함께 보았습니다. 웃다가 울다가 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마당극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보았습니다. 지난해 6월 극단 큰들 창립 33주년 정기공연 <오작교 아리랑>을 경남도 문화예술회관에서 보긴 했지만, 무대와 객석이 좀 먼 탓에 제대로 감상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의보감촌은 말 그대로 마당에서 펼쳐진 날것그대로의 마당극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진한 감동을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저는 공연을 보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그 느낌, 그 감동을 그대로 글로 옮겨놓고 싶었습니다. ‘우리 시대 에 대하여-큰들 마당극 <효자전>을 보고는 그때 쓴 글입니다.

 

재미를 붙인 저는 그다음 주에도 동의보감촌으로 갔습니다. <오작교 아리랑>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저의 마당극 따라다니기는 올 한해 동안에만 서른한 번이나 계속됐습니다. 저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명품 마당극 <오작교 아리랑>은 열두 번 보았습니다. 명작 마당극 <효자전>은 열한 번 보았습니다. 걸작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 났네>는 일곱 번 보았습니다. <남명>은 두 번 보았습니다(이 작품은 아직 수식어를 찾지 못했습니다). <최참판댁 경사 났네>는 하동군 평사리에서만 보았지만, 나머지 작품은 산청, 남해, 진영, 창원, 진주, 진해에서 보았습니다. 공연 일정을 보고 시간만 맞으면 무조건 달려갔습니다. 평일 공연을 보기 위해 휴가를 내기도 했습니다(휴가는 권장 사항이니까요).

 

공연을 보는 것은 저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쁘게 살다 보니 놓치기 쉬운 중요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겁니다. <효자전>은 제목에서 보듯 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을 보고 난 뒤 어머니와 형님을 모시고 마당극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오작교 아리랑>은 우리 겨레의 비원(悲願)인 분단 극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참판댁 경사 났네>는 소설 <토지>를 각색한 것입니다. <남명>은 우리 시대가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위대한 스승 남명 조식 선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주제들은 사실 쉽고 가벼운 게 아닙니다. 아주 무겁고 매우 진지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큰들 마당극은 이 주제들을 재미있고 쉽게 풀어나갑니다. 관객들을 웃겼다가 울렸다가, 들었다 놨다 합니다. 모두 60~70분 짜리 공연인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 보면 그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립니다. 그러고 나면 느끼게 되죠. ‘부모님께 전화라도 자주 해야겠구나’, ‘통일이란 사실 어려운 게 아니구나’, ‘일제시대와 광복을 전후한 시기에 독립군과 지주와 소작농들이 있었구나’,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사상은 오히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더 필요한 것이구나하고 말이죠.

 

그다음 중요한 것은 공연 보러 가는 시간, 공연 보는 시간, 공연 관람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 공연 때 찍은 사진 보는 시간, 그 사진 보면서 감상문 쓰는 시간이 나에겐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라는 겁니다. 하도 자주 공연을 보러 다니다 보니 극단 큰들 가족들도 가까워지게 되고 배우들과도 이야기 나눌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큰들 식구들은 하나둘 아귀를 맞춰보면 대부분 우리 동네 이웃이거나 학교 선후배들이거나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마당극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마주 서서 차 한잔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고 행복이고 감동이었습니다(아차, 지금 생각해 보니 사인을 하나도 안 받아놨네요). 마음이 설레고 흥분되기도 하지요. 20185월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보냈습니다. 몸과 마음이 무척 건강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엇 하나에 몰입하는 게 잘 안되는 나에게 이런 힘 또는 의지가 있었다는 게 놀랍기도 했습니다. 큰들이 저에게 안겨준 것은 실로 엄청난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저에게는 꿈이 하나 생겼더랬습니다. 이렇게 재미있고 훌륭한 작품을 제 일터인 경상대에서 한번 공연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경상대 교수, 직원, 학생들이 마당극을 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웃고 손뼉 치다 보면 일하면서 얻은 중압감 같은 걸 떨쳐버리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디에다 어떻게 말을 꺼내어야 할지 망설여졌습니다. 말을 꺼냈을 때 턱도 없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하면 저는 너무 큰 상처를 받을 것 같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울어버릴지도 모르구요. 다행히 검토해 보자거나 한번 추진해 볼까?”처럼 반 승낙이라도 받게 되더라도 또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추진하고 검토해 나갈지도 막막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것은 한낱 꿈으로만 머물지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꿈이란 건 좋은 것이고, 언젠가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10월 초였을 겁니다. 극단 큰들에서 저에게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진흥원 문화가 있는 날 사업단에서는 다달이 직장문화 배달사업(찾아가는 문화 공연)을 시행 중이고, 극단 큰들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 찾아가는 문화 공연을 경상대에서도 할 수 있겠는지 물어왔습니다. 그 순간 저는 머릿속이 휑 비어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심장이 벌렁거렸습니다, 커피를 마신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이른바 문화가 있는 날이죠. 그런데도 일 때문에 문화를 즐기지 못하는, 영화 한 편, 연극 한 편 보러 가지 못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문광부에서 문화 공연단을 직장으로 배달해 주는 것입니다. 얼마나 좋아요? 저는 우리 경상대도 다달이 마지막 주에 직장교육을 하는데, 그 직장교육 시간에 마당극을 공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직장교육을 맡고 있는 총무과 담당 팀장님과 과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답변이 왔습니다. “좋다!” 나는 하늘을 날 듯이 기뻤습니다. ‘꿈은 이루어지는구나!’ 싶었습니다.

 

큰들의 명품 마당극 <오작교 아리랑>을 드디어 경상대에서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기획실장님이 오셔서 총무과 담당 직원과 이야기를 나눈 뒤 공연할 장소를 둘러보았습니다. 마당극 공연하기엔 안성맞춤은 아니지만, 그리 어렵지도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무대감독과 연출가님도 다녀가셨습니다. 무대에 맞게 무엇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하신 겁니다. 이제 날짜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려운 말로 일각이 여삼추입니다. 물론 걱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큰들, 마당극, <오작교 아리랑>에 푹 빠져 살았지만 정작 처음 보는 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다녀보고 보아온 바로는 그다지 걱정할 건 아니지만 사람 일이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우리 경상대 가족들도 <오작교 아리랑>을 보는 순간 함께 손뼉 치고 함께 웃으며 감동의 바다로 빠져들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극단 큰들의 공연이 올해 개교 70주년이라 하여 많은 행사와 사업을 하며 몸과 마음이 무척 지쳐 있을 우리 교직원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어주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극단 큰들, 그리고 자랑스러운 나의 일터 경상대가 무한정 고맙습니다. 함께 <오작교 아리랑>을 보면서 울고 웃을 우리 동료들의 표정을 흘깃흘깃 바라보며 저는 행복에 젖을 겁니다. 그러면서 또 생각할 겁니다. ‘보세요. 저는 저런 멋지고 훌륭한 극단 큰들의 자랑스러운 후원회원이랍니다라고 말이죠.

 

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야 합니다. 그렇죠? 하지만 끝맺을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꿈이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새 마당극 <남명>을 우리 경상대에서 공연하는 겁니다. 왜 경상대인가 하면, 경상대는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사상(敬義思想)을 이어받은 대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 남명학연구소가 있습니다. 남명 사상을 연구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이를 널리 퍼뜨리는 곳입니다. 해마다 서너 번씩 국내, 또는 국제 학술대회를 열어 남명 사상을 현창합니다. 요즘은 남명 조식 선생의 제자들, 그러니까 남명학파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경상대에는 남명학관이 있습니다. 그 안에 남명전시관도 있습니다. 경남도와 진주의 훌륭한 분들이 돈을 모아 지어준 건물이고 전시관입니다. 크고 넓게 보면, 경상대는 남명 조식 선생을 학풍과 학문과 사상과 실천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마당극 <남명>을 대학의 가장 큰 강당이나 대학의 가장 넓은 마당에서 한번쯤 공연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한번쯤이 아니라 해마다 두세 번 정기공연을 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입니다.

 

왜 마당극이냐 하면, 저는 남명 선생의 경의사상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보여주기엔 마당극 만한 게 없다고 봅니다. 영화나 연속극, 연극, 오페라도 좋습니다만 영화나 연속극은 만약 누군가 만든다면 그때 보면 될 것이고, 연극과 오페라도 기회가 되면 볼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마당극 초청 공연은 적지 않은 돈이 드는 문제이니 여기서는 이만큼만 해두겠습니다. 이 꿈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내년 봄에나 가을에 말이지요.

 

극단 큰들의 명품 마당극 <오작교 아리랑>1129() 오후 2시 경상대 국제어학원에서 공연합니다. 경상대 구성원을 대상으로 마련하는 것이지만, 지역 주민들도 누구든 오셔서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입장료 같은 건 없습니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관람료는 문광부에서 대신 내어주는 겁니다. <오작교 아리랑>을 보시면서, ‘나도 누군가의 사랑을 이어주는 오작교가 되어야겠다생각하셔도 좋고, ‘나도 내년부터 마당극 보러 다녀야겠다’ 다짐하셔도 좋고, ‘나도 큰들 후원회원이 되어야겠다’ 결심하셔도 좋고, ‘그래, 이웃사촌끼리는 싸우지 말고 함께같이 잘 살아야하는 것이구나라고 느끼셔도 좋습니다. 어때요, 함께하실래요?

 

2018. 11. 24.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