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여기까지 왔습니다.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지다 보니 멈출 수 없었습니다. 올 5월부터 지금까지 극단 큰들 마당극 보고 쓴 글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지난해 쓴 글도 한 꼭지 들어갔습니다. 그때가 사실상 시작이었으니까요. 아무도 시키지 않고 누구도 바라지 않은 일을 제 스스로 좋아서 했습니다. 누군가 말렸다면 멈칫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결국은 여기까지 왔습니다.
책은 아닙니다. 책이라고 부를 수도 없습니다. ‘책자’라고 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제 누리방(블로그)에 올린 글을 ‘아래한글’에 편집한 뒤 출력했습니다. 그리고 풀칠하여 제본했습니다. 한손에 잡히니 아주 좋습니다. 깨끗한 표지가 마음에 듭니다. 제 것이니까 제 맘대로 제목 정하고 목차 짜고 속표지 넣었습니다. 뒤쪽엔 부록이라 할 것도 넣었습니다. 맨 뒤 표지는 <남명> 포스터를 넣고 싶었는데 조금 어긋났습니다.
글은 대부분 제 느낌과 감동을 옮긴 겁니다. 마당극 보러 가는, 또는 보고 돌아오는, 또는 함께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주 많습니다. 날씨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기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마당극, 전통극, 무대예술 등에 대해 문외한이 그저 제멋대로 지껄인 농담일 뿐입니다. 저에게는 아주 귀중한 글이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종이 쪼가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진도 많이 넣었습니다. 마당극이란 게 글로써도 설명 가능하겠지만, 그림이 곁들여져야 제대로이기 때문입니다. 200장까지는 세었는데 모두 몇 장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마당극 볼 때 느낀 현장감을 살리는 게 제겐 아주 중요했습니다. 총천연색이었으면 좋았겠지만 흑백이라도 좋습니다. 다음엔 사진을 더 열심히 찍어야겠다 다짐해 둡니다. 꼭 한 권은, 돈이 들더라도 컬러로 출력해 볼까 하는 욕심도 있긴 있습니다.
<오작교 아리랑> 여덟 꼭지, <효자전> 다섯 꼭지, <최참판댁 경사 났네> 다섯 꼭지, <남명> 두 꼭지, 전체에 대한 글 네 꼭지, 아주 짧은 글 일곱 꼭지입니다. 모두 서른한 꼭지입니다. 2017~2018년 사이에 마당극 본 일정과 보고 난 뒤 쓴 글 목록도 따로 정리했습니다. 두께는 340쪽입니다. 사진 덕분에 생각보다 많이 두꺼워졌습니다. 이렇게 한 권 묶는 데 1만 5000원 들었습니다. 뛰어난 기계 덕분에 생각보다 적게 들었습니다.
저는 이 복사물 책자를 늘 들고 다닐 겁니다. 특히 장거리 여행 갈 때는 필수이겠습니다. 스마트폰에 담긴 동영상과 책자를 번갈아보면 행복할 것입니다. 올 한 해 동안 보고 느낀 것을 잘 갈무리하면 내년에는 또다른 눈길로 마당극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내년에는 새롭게 바라보고 다르게 해석하고 간혹 대안도 생각해 보는 해가 될 듯합니다.
이 복사물 책자 제목은 바꿀까 합니다. 문학적이지 않아서요. 본문은 아직 교정을 많이 해야 합니다. 단순하게 틀린 글자에서부터 표현이 어색하거나 또는 극의 전개 과정에서 앞뒤가 틀린 곳도 더러 있습니다. 그것까지 꼼꼼하게 마치려면 시간이 좀더 걸리겠습니다. 이제 초안 교정본이 나왔으니 일의 반쯤은 한 셈입니다.
이렇게 만든 책자는, 죄송하지만 저만 간직할 예정입니다, 현재로서는. 제가 쓴 글과 사진은 누리방에 모두 있으니 다른 분들은 굳이 무겁고 두꺼운 복사물 책자를 가질 필요가 없겠지요. 저에게는 무척 소중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저 있으나마나 한 책자를 이렇게 소개하는 건 다른 까닭이 있습니다.
바로, 내년에 큰들 마당극 많이 보아 주십사 부탁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보면 볼수록 재미있고 볼 때마다 다르고 보고 난 뒤엔 반드시 깊은 감동이 남는 마당극을 사랑해 달라고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한 번 가면 두세 번 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가지 않고 버티기란 어려울지 모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큰들 덕분에 행복했던 저의 2018년도 저물어가는군요. 내년 봄 마당극 다시 시작할 때까지 이 책자 덕분에 저의 행복은 동면하지 않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2018. 11. 27.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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