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획재정부)가 올 연말까지 일자리 5만 9000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신비롭고 신기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 6개월 미만 임시직 긴급처방이라고 해도 과연 가능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취약계층 맞춤형이라고 하는데, 안정적으로 오래갈 수 있는 일자리 만드는 일은 뒤로 미뤄둔 듯해서 좀 씁쓸하다.
그래도 추운 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낼 수 있지 않겠나 싶어 발표내용을 뜯어보다가 참 신비롭고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 1000명’이 그것이다. 세 가지 의문이 생겼다.
첫째, 국립대가 다른 국가기관들에 비해, 특히 사립대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낭비하는가이다. 겨울에는 손이 시려워 입김으로 손가락을 녹여 가며 아침일을 시작한다. 몇 해 전에는 발가락 동상으로 고생했다. 그때 산 털신발이 아직도 사무실에 있다. 여름에는 냉방기 온도가 고정되어 있어서 선풍기를 켜지 않고는 일할 수 없다. 부채도 들고 다닌다. 좋다. 그래도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고 하니 그렇다고 하자. 그럼 다른 국가기관들과 사립대들은 정말 에너지 절약을 잘하고 있는가. 그렇겠지.
둘째, 이 사람들이 각 국립대에 가서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립대는 41개이다. 에너지 절약 도우미가 1000명이니까 산술적으로 한 대학에 24명이 들어온다. 국립대라도 저마다 크기가 다르니, 우리 대학교의 경우 평균보다는 많이 올 것이다. 이 사람들이 할 일은 무엇일까. 사무실마다 다니면서 난방기, 냉방기 온도를 잴까. 교수연구실, 실험실에 가서 닥치는 대로 전기를 끌까. 길거리에 서서 전단을 나눠줄까. 그렇다고 사무실 직원 옆에 붙어 서서 부채질을 해주지는 않겠지. 그렇겠지.
셋째,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는 ‘대국민 서비스 현장 인력’ 항목에 포함됐는데 이게 말이 되는지 의문이다. 청년 일자리, 재해 예방, 행정보조 조사, 취약계측 소득지원, 고용ㆍ산업위기지역 희망근로 들로 나뉜 항목에서 말이다. 이게 대국민 서비스 현장 인력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국립대 교직원들이 국민이 아닌 건 아니지만, 제대로 된 갈래는 아닌 것 같다. 이 도우미들이 직접 민원인을 상대한다면 몰라도.
무엇이든 해서 누구에게든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려는 의지는 고맙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몇몇 가지는 과연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다른 것과 관련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하겠지.
2018. 10. 25.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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