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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정지창 평론집 <서사극 마당극 민족극>(1989)에서 몇 마디 옮겨둠

by 이우기, yiwoogi 2018. 8. 3.


마당극은 애당초 완결된 외국의 어떤 모델이나 이론을 이식하거나 모방한 것이 아니고 지금이곳의마당판에서 벌어진 문화경험이 축적되면서 태어난 새로운 연극이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공연이 그대로 실험과 모색의 과정이 되었고 마당극 이론도 이러한 실제 공연의 경험을 바탕으로 뒤늦게 서서히 틀을 잡아나가고 있다.” 11-12

 

마당극은 뭐니 뭐니 해도 진실에의 통로가 차단되고 유언비어만이 무성한 어두운 시대의 광야에서 진실을 외치는 외로운 목소리였던 것이다” 76

 

“70년대 이후의 민주화운동에서 민중저항시보다 훨씬 폭넓고 직접적인 기여를 한 것은 마당극이었다. 마당극의 기여가 폭넓고 직접적이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마당극의 매체적 성격에 힘입은 것이다. 시는 보통 개인적인 전달매체인 데 비해 마당극은 여럿이 한꺼번에 동일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집단적인 전달매체이다. 이를테면 저항시가 개인의 양심에 호소하는 절절한 피리가락이었다면 마당극은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열기를 다지고 그것을 집단적 신명으로 북돋우는 우렁찬 독전의 북소리였다.” 81

 

극단적으로 말해 시나 소설이 전선 후방의 민간인들을 독자로 삼았다면 마당극은 전선의 병사들을 위해 공연되었던 것이다.” 82

 

마당극은 이러한 저항매체적 성격 때문에 고상하고 세련된 문학적 연극이기를 거부하고 차라리 투박하고 거친 촌극(寸劇)으로 남아 있기를 고집했다. 그러나 마당극은 애매모호한 수사(修辭)보다는 단순명쾌한 몇 마디 대사와 양식화된 몸짓으로 진실을 밝히고 불의를 꾸짖었다. 말하자면 마당극은 허위와 우상의 가슴팍에 들이대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비수였다.” 82-83

 

마당극은 창작방법과 공연양식, 유통구조, 관객의 구성까지도 민주적인 방식으로 개편함으로써 연극의 민주화를 이루려 한다. 그러나 마당극은 무엇보다도 이 시대, 이 땅의 토양과 풍토에서 자라난 토착연극이며, 우리가 직면한 가장 절실한 문제들을 우리 고유의 민족정서에 걸맞은 형식으로 표현한 민족연극이다. 마당극은 이러한 여러 가지 특성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 이 시대의 가장 진보적인 문화양식이면서 또한 아직도 성장단계에 있는 청년기의 예술이다. 마당극은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것보다 앞으로 이룩해야 할 것이 더 많은 미래지향적인 예술형식이기에 스스로를 서구적인 연극의 틀 속에 가두려 하지 않는다.”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