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은 단백질이 많고 지방ㆍ당질ㆍ섬유질ㆍ인ㆍ칼슘ㆍ철분ㆍ비타민(B1·B2·C)ㆍ사포닌과 같은 성분이 들어 있어 혈당을 내리고 혈중지질을 낮추어 주므로 당뇨병ㆍ신장병ㆍ위장병에 좋다고 한다(위키백과). 하나의 식물에 무슨 성분이 저렇게 많이 들어 있으려고? 그렇다니 그런 줄 알지만, 그냥 맛만 좋으면 된다.
봄이 되고, 4월도 다 가는데 아직 두릅을 먹어보지 못했다. 집에서 사 먹거나 식당에서 더러 밑반찬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인연이 안 되는가 보다. 두릅 사진도 보고 두릅이 쌉싸름하게 맛있더라는 글을 어디에선가 읽은 듯하다. 텔레비전에서도 본 것 같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작심하고 퇴근길에 두릅을 산다. 평거동 <진주문고> 근처 인도에 좌판을 펼쳐놓은 할매를 찾아간다. 조그맣게 쌓아놓고는 1만 원이란다. 머뭇거리자 조금 더 얹어준다. 머뭇거린 것은 양이 적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 보여서였는데. 다섯 시 반쯤이었는데, 떨이는 아니다. 두릅이 풍년인가 보다.
나무두릅에 가시가 조금 있다. 집에서 아내와 마주앉아 두릅을 다듬는다. 필요 없이 많이 산 것 아니냐는 짧은 지청구를 듣는다. 가시 있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왜 샀느냐는 타박도 듣는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두릅을 다듬어 끓는 물에 데친다. 갑자기 두릅전을 먹고 싶어진다.
아내가 초장을 준비하는 틈에 나는 밀가루+달걀+땡초+식초+매실액 따위를 마련하여 두릅전 부칠 준비를 한다. 대충 이리저리 준비하여 프라이팬을 달궈 전을 부친다. 파전처럼 넓게 펼치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독립적으로 모양이 나게 부친다. 하다 보니 그냥저냥 먹을 만하게 나온다. 빛깔이나 모양이 꾸지람 들을 정도는 아니다. 맛도 나쁘지 않다. 머릿속에 상상하던 것에는 못 미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세 식구가 또 저녁을 먹는다. 엊그제 먹다 남긴 막걸리 딱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데친 두릅은 초장에 찍어먹고 두릅전은 간장에 찍어먹는다. 그동안 맺혔던 두릅에 대한 그리움과 사무침이 많이 누그러진다. 아들은 “밀가루 맛이 많이 나요”라고 말하면서도 젓가락을 부지런히 놀린다. 그렇게 저녁식사가 끝났다. 두릅은 조금 남았다. 봄도 조금 남았다.
201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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