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천수교에서 진양호까지 남강둔치를 갔다왔다 했다. 일요일 처음 왕복하고, 오늘 또 왕복했다. 그러자니 자연히 집에서 남강 둔치까지도 자전거 타고 간다. 자전거 타기는 1시간 30분 넘게 걸린다. 걸어 다녀보기도 하고 차로 다녀보기도 한 길이 자전거 위에서 보면 또 다르게 보인다. 자전거를 타면서 보는 세상은 새로운 경험이고 느낌이고 깨달음이었다. 가장 먼저 머리를 탁 친 것은, ‘흔히들 “우리가 낸 세금이 다 어디로 간 거야?”, “공무원들이 하는 게 뭐야?”라는 말을 내뱉곤 하는데 앞으로는 어지간해서는 그런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남강 둔치까지 가려면 신안ㆍ평거 지역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야 한다. 아파트는 많기도 하다. 그곳은 찻길도 좁고 인도도 그리 넓지 않다. 그런데도 인도 중간에 선 나무를 중심으로 자전거가 다니는 길과 사람이 다니는 길을 잘 나누어 놓았다. 길바닥을 아예 다른 색깔, 다른 재질로 표나게 해놨다. 자전거 바퀴가 많이 튀지 않아 엉덩이가 편하다. 바닥에 자전거 그림도 그려놨다. 골목마다 섬세하게 배려해 놓은 것을 보면서, 우리 시가 자전거 타는 사람 생각을 많이 했구나 싶었다.
남강 둔치 자전거 길은 좀 넓은데, 중앙선을 그어 놓고 오른쪽으로만 달리도록 화살표를 바닥에 그려 놓았다. 처음 왔다갔다 할 땐 몰랐는데 오늘 보니, 중간 즈음에 자전거 바퀴에 바람 넣는 도구까지 갖춰놓았음을 어떤 분이 바람 넣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자전거를 세워 놓고 잠시 운동할 수 있는 기구도 있다. 정말 공무원들이 이 길을 자전거로 수십 번은 갔다왔다 해봤겠구나, 아니면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옳다 싶은 의견은 흔쾌히 받아들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겠지. 하지만 그런 작은 것에서 행정의 손길과 배려 같은 것을 느낀다.
남강 둔치는 자전거 길 말고도 걷는 사람, 뛰는 사람을 위해 마사토를 잘 깔아놓은 길이 있다. 잔디밭도 있다. 군데군데 의자도 있고 중간 크기의 공연장도 있고 공연을 보도록 객석도 만들어 놨다. 화장실도 있지. 인라인 스케이트장도 있다. 계절 따라 꽃밭 만드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밤엔 가로등이 발갛게 피어난다. 그러니까 새벽에도 늦은 밤에도 둔치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자꾸 늘어난다. 천수교에서 진양호까지는 꽤 먼 거리인데 군데군데 맞춤한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 진양호 아래쪽엔 생태공원도 있다. 비단 이곳뿐이랴. 망경ㆍ칠암동 쪽은 어떻고 상평ㆍ하대ㆍ초전동 쪽은 또 어떤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고맙게 보인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하지 않았으면 꾸지람 들을 일이었겠지만, 이 모든 것이 무한히 고맙게 다가온다. 우리는 쉽게 말한다. “이게 뭐야? 그건 아니지! 세금은 어디에다 쓰는 거야? 세금이 줄줄 새는구먼! 공무원은 뭐하는 사람이야!” 살다 보면, 이런 말을 해야 할 때가 아주 없진 않겠지만, 그 돈으로 그들이 꼼꼼하고 섬세하게 배려한 장치들을 직접 겪고 나면, 적어도 그런 말은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할 말임을 알게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해 본다. 앞으로도 자주 자전거 타고 아름다운 강변을 신나게 달릴 것이다. 세금 내는 시민으로서 행복을 느끼며...
2014.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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