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를 든 나는 늘 외롭다.
200명쯤 되는 동료를 무대 쪽에 세운다.
퍼질러 앉아라, 무릎앉아 해라, 허리를 펴라고 큰소리친다.
어깨를 겹치라, 한 줄로 나란히 서라고 손짓해댄다.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눈은 뜨고 입은 웃고 손은 치켜들라고 주문한다.
만일 웃지 않으면 나는 개그맨이 되어야 한다.
파이팅 소리가 작으면 나는 유격조교가 되어야 한다.
조명이 잘 터지는지 신경 써야 하고
사진기가 흔들리지 않는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400개의 눈빛 앞에서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폼 잡고 있지만 나는,
그 순간은 정말 외롭다. 떨린다.
렌즈를 뚫고 들어와 내 눈에 와 닿는 그 모습이
나중에 그대로 인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
그것은 나에게 강박관념이다.
나도 외로움을 집어던지고 군중 속으로
뛰어들고 싶을 때가 있다, 자주.
-사진을 찍어준 김혜정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2014.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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