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유주의자라고 말하는 유시민이 쓴 <나의 한국현대사>를 읽는다. 1959년부터 2014년까지 55년의 기록이라는데, 나에겐 1967년부터 올해까지 48년의 기록이 되는 셈이다.
1987년 12월 대선에서 양김이 분열하여 노태우가 당선되던 이야기는 현대사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때 나는 대학 2학년이었다.
민주화 운동에서 많은 분들이 죽어간 이야기, 처음엔 진보적 지식인 학생 노동자였으나 보수정당으로 들어간 사람들 이야기를 보면서 인생의 무상함이랄까 역사의 허무함 같은 걸 느낀다.
나는 오늘밤 418쪽 가운데 278쪽을 넘어간다.
이런 말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역시 국가운영의 많은 분야에서 민주화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정책과 행태를 보이는데, 그 기반은 불합리한 제도나 경찰과 군대의 폭력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거대 보수언론과 재벌, 공안 세력이 반복 주입하는 반공이데올로기에 휘둘리는 시민들의 의식이 그 기반이다."(276쪽)
그러면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칼 포퍼의 말을 인용해 놓았다. "다수 국민이 마음을 먹었을 때 정권을 평화적으로 교체할 수 있으면 그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게 불가능한 나라는 독재국가다."(177쪽)
민주주의의 요체는 주권재민, 국가권력의 제한과 분산 상호견제, 법치주의이다.(176쪽)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우리 현대사에서 이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흘린 피는 도대체 얼마인가.
이런 말도 나온다. "민주주의는 최선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해 최대의 선을 실현하도록 하는 제도가 아니다.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제도이다."(178쪽)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재벌이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헌법 위에 군림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국가권력을 통한 정치적.민주적 개입과 통제뿐이다."(151쪽)라고 말한다.
출판사 돌베개는 이 책 1쇄와 2쇄를 모두 서점에서 거두어갔다. 본문에 오류가 많았다. 단순 오자도 있었고 연도나 사람이름을 잘못 적은 게 많았다. 한 단락을 다르게 바꿔야 할 것도 있었고, 한 쪽 전체 내용의 앞뒤가 섞인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와 출판사는 온라인으로 이를 사과하고 정정자료를 뿌렸다. 많은 독자들은 이에 대해 관대했다. 초판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나는 출판사의 태도가 안이하다고 생각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제조물책임법도 있는데 이렇게 사과만 하고 넘어갈 것이냐?" 따졌고, 대책 회의를 하겠다는 답글을 단 지 한나절만에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돌베개와 유시민에게 경의를 표한다. 오류를 재빨리 알리고, 그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내일엔 다 읽을 수 있겠다. 내가 살았던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민주화운동 통일운동 등등을 읽는 재미가 괜찮다. 재미라고 하면 안 되겠지. 분노 허탈 환희 짜증 기쁨 절망 한숨과 같은 감정의 짬뽕국물 같은 이야기라고나 할까.
2014.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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