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주인 노릇 못하면, 안하면
도둑이 담을 넘는다. 개는 짖지 않는다.
도둑은 광을 열고 장롱을 열어 금붙이를 가져간다.
그놈은 대들보에도 올라앉는다.
주인이 주인 노릇 못하면, 안하면
머슴이 일을 하지 않는다. 잔꾀를 부린다.
머슴은 보리 됫박을 내다팔아 제 주머니를 채우고
안주인 치맛자락을 은근히 넘어다본다.
주인이 주인 노릇 못하면, 안하면
이웃이 그 집을 깔본다. 애들도 하게를 한다.
이웃은 야릇한 법을 들이대 땅을 뺏으려 하고
동네에 나쁜 소문을 피워댄다.
주인이 주인 노릇 못하면, 안하면
결국 개ㆍ돼지만큼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밥그릇을 뺏기고 한뎃잠을 자야 한다.
마침내 집 잃고 식구 잃은 뒤 마을에서 쫓겨난다.
주인이 주인 노릇 못하면, 안하면
주인이 뭔지도 모르고 누가 주인인지도 모르고
위아래 없고 안팎도 없는 꼬락서니가 된다.
그런 개 쓰레기 같은 세상이 된다.
투표는, 나라의 주인이 주인 노릇하는 것
머슴을 잡도리하여 딴 마음 못 먹게 하는 것
도둑을 막아 곳간을 튼튼하게 하는 것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며 서로 돕고 사는 것
투표는 스스로 주인임을 확인하는 것 아닌가.
2014.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