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옷 벗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아랫배가 묵직하여
화장실부터 갔는데 아뿔싸, 이게 웬 일이랴!
안에 사람은 없는데 문이 잠겨 있는 것 아닌가.
무개념 손님이 볼일보고 나오면서 잠가버린 듯.
그냥 참으려다, '아니지, 혹시 나중에라도
나보다 더 급한 사람 있으면 어쩌나' 싶고
'어차피 목욕 끝날 때까진 못 참겠다' 싶어
다시 옷 주워입고 아래층 쥔에게 가서 이야기했더니
열쇠가 없다나 어쨌다나…. 나 원 참!
그 길로 다시 집까지 와서 볼일보고 갔네. 이게 뭐야?
2.
대강 샤워하고 탕에 들어가려는데 애개개!
김 모락모락 물 위에 때가 둥둥 떠다니는 게 아닌가.
눈감고 들어갈까, 들어가지 말까 한참 망설였네.
무개념 인간이 때를 밀다가 퐁당 들어간 듯.
'그래도 대중목욕탕 하면 뜨끈뜨끈한 탕이 아닌가' 싶어
발을 들여놓으려다 '아니지, 저 때들 좀 봐' 하는 생각이
1초에 수십 번 번쩍번쩍 하는데 아주 돌겠더군.
그래도 두 눈 질끈 감고 탕에 들어가 앉았으려니
거머리 같은 때들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 같아
아주 미칠 것 같은 시간이었지. 이게 뭐야?
3.
경남에만 있다는 등밀이 기계의 혜택을 보려고
떡 앉아 파란단추를 누르고 등을 이리저리 비비는데, 으으윽!
뭔가 시큼한 냄새와 함께 미끌미끌한 감촉이 느껴져
휙 돌아보니, 뜨아~!
무개념 인간이 비누칠을 잔뜩 하여 자기 등을 밀고선
겉만 대충 헹궈내고 가버린 듯.
그러니 속에 있던 비눗물이 뽀지작뽀지작 밀고 나오질 않겠나.
원래는 하얬을 비눗물이 거무튀튀한 게 아주 제대로더구먼.
하! 이런 일 한두 번 당하는 게 아닌데….
거기다 뭐라뭐라 주의문구라도 적어놔야겠더라. 이게 뭐야?
이 따위 무개념 3종 세트를 한번 만에 겪는 건 난생 처음이고
아마 다시없을 것이야.
아, 목욕탕이여 나를 배신하지 말 지어다.
아, 무개념 인간들이여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 지어다.
2014.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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