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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퍼나른 글 모음

5월 18일 아침

by 이우기, yiwoogi 2014. 2. 17.

1986년 대학 1학년이던 나는 진주 '옥봉성당'에서 광주민중항쟁을 찍은 사진과 비디오를 보았다. 나중에 황석영이 쓴 것으로 알게 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알고 있던 역사와 현실은 거짓이었고 기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러나 '앞서서 나가는' 전사도 되지 못했고 철저한 이론으로 무장하지도 못했다. 정치적으로는 야당을 지지하고(야당을 지지하지 않은 10년도 있었지만) 심정적으로는 가난한자와 소수자를 지지하였지만 늘 주변을 맴돌거나 소극적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로 보수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고, 살아오면서 구체적으로 실천한 게 없지 않느냐 반성하기도 한다. <5.18광주>를 아무런 떨림 없이 쉽게 이야기하고 있는 나를 보면 두려워진다.

최근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못 부르게 하겠다는 등의 논란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민주화한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선 후보의 부정 의혹을 제기한 정치인이 감옥을 가는 것을 보면서 역사는 진보한다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 '기내식 라면 사건'이나 '갑을관계'에 의한 수많은 사회적 타살을 보면서 경제적 민주화, 자본의 민주화를 생각하게 된다. 

5월 18일 아침 머리속이 복잡하다.

 

201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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