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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사랑하는 우리 아들 다을에게!

by 이우기, yiwoogi 2013. 2. 20.

사랑하는 우리 아들 다을에게!

 

먼저 촉석초등학교 6년 과정을 잘 마치고 영광스럽게 졸업한 것을 축하해야겠지. 6년 전 2007년 3월 어머니 손잡고 입학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나.

 

처음 다을이를 학교에 보낼 땐 선생님 말씀 잘 들을 수 있을까,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공부는 뒤떨어지지 않게 잘 따라갈 수 있을까, 운동하다 어디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여러 가지 걱정이 가득했었다.

 

오늘 돌이켜보면, 그동안 선생님께 꾸지람도 적잖이 들었을 것이고 친구들과 더러 다투기도 했을 것이며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며 힘든 적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장염에 걸려 며칠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고, 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아 학교에 가지 않을 거라 생떼를 쓰던 것도 기억난다. 학교 촉석관 근처에 있는 못에 찔려 긴급히 병원으로 달려가던 일도 있었고, 교실에서 야구공 갖고 놀다 안경을 맞아 내가 교무실까지 찾아간 적도 있었지. 운동회 하던 날 휴가를 내어 구경 가던 일이며, 주말에 친구와 놀기 위해 학교 가던 널 자동차로 태워주던 일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학영재교육반으로서 열심히 실험과 공부를 하던 다을이의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으며 해양소년단원으로서 활동하며 늠름하던 모습도 아버지를 기쁘게 하였었다. 남강 가에서 연합선서식을 할 때 아버지의 눈에는 우리 아들만 보였지. 바둑을 참 잘 두어 학원 대표로 창원까지 가서 대회를 하던 일도 아버지에겐 아련한 추억처럼, 바로 어제 일처럼 머리와 가슴에 남아있단다.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이던 때 아버지도 가보지 못한 일본까지 가서, 조금은 향수병으로 힘들었겠지만 당당하고 늠름하게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일이며, 히포 활동하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동생들을 돌보던 일은 역시 우리 다을이다웠던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진짜 우리 아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많은 추억이 어른거려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하네.

 

얼마 전 아버지가 너무 화가 나서 다을이를 때린 기억도 가슴 아프게 남아 있다. 다시는 다을이를 때리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지금 “미안하다”고 말하면 아들이 이해하고 용서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 많은 추억을 다 뒤로 하고 이제 중학생이 되는구나. 참 대견하고 고맙고 사랑스럽다. 자식 낳아 이렇게 기쁜 날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다을아.

 

이제 곧 중학생이니 중학생답게 더 늠름하고 씩씩하고 바르게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학교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히포 모임에서 만나는 친구들과도 서로 믿음과 의리를 심어주는 중학생이 되어야겠지. 물론 동생들에게도 더 잘해야겠지. 아, 그리고 우리 집안의 형들과 동생, 안산의 동생들에게도 늘 신뢰감을 심어주는 다을이가 되어야겠지. 이런 건 어찌 보면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또 어찌 보면 아주 쉬운 것이란다. 평소 하던 대로 기본만 잘하면 되는 일이거든.

 

중학교 공부는 초등학교 공부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 것이다. 과목도 늘어나고 난이도도 더 높아지니 어쩔 수 없다. 학원도 더 열심히 다녀야 하고 집에서도 노는 시간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면 모든 중학생이 다 거의 똑같은 공부를 하며 똑같이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공부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나 부모가 정해주는 대로만 열심히 하면 거의 모든 게 잘 되는 수준이었지만, 중학교 때는 많이 다를 것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며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잘못한 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그만큼 신중하고 또 신중하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어려운 말을 하려고 편지를 쓰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

 

요즘 아버지 어머니가 늦게 일하거나 약속이 많아 혼자 점심 저녁을 먹는 일이 많네. 미안하다. 그래도 다을이는 스스로 뭐든 잘하니 걱정을 많이 하지는 않는단다. 혼자 있어도 스스로 조심하며 공부하고 숙제하고 할 일은 다 해 놓고 쉬는 다을이는 정말 훌륭한 어린이이다. 이제 청소년이지!

 

다을아.

 

이렇게 편지를 쓰려고 하다 보니 할 말이 진짜 많네. 마주앉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잔소리로 들리겠지만 편지로 쓰면,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으니 좋은 점이 있구나. 아버지 어머니는 다을이가 지금처럼 착하게 말하고 행동하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지금보다 더 뭐든 잘 먹고 잘 크는 청소년이 되길 바란다.

 

오늘 초등학교 졸업식을 지켜보면서 마음 한 구석에, 더 잘해주지 못한 아비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다음에 중학교 졸업식을 할 때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도록 더 잘해 줄게. 어머니 아버지를 믿고,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며 친구들과 어울려 더 재미있고 보람찬 중학생활을 해 나가길 빌어본다.

 

봄이 오고 있다. 봄에는 세상 만물이 깨어난다. 노랗고 빨간 꽃들이 피어 세상이 화려해진다. 14살 중학생을 계절에 비유하면 아주 이른 봄쯤 될까. 다을이의 마음과 가슴과 머리속에 잠들어 있는 지혜와 용기와 희망이 봄처럼 환하게 되살아나길 빈다, 진심으로….

 

2013. 2. 19. 오후에

아버지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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