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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즐거움

대화-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by 이우기, yiwoogi 2009. 1. 12.

 

이영희 교수를 처음 만난 게 대학 다닐 때이니까 80년대 후반, 또는 제대 후 90년대 초반이었을까. 아니, 군대 있을 때 처음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은 것 같다. 그 후 '역정'을 읽고,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자유인, 자유인'도 사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독서를 한 것 같다.

 

마흔 넘어 다시 읽은 이영희 교수는 젊음을 아직 간직하고 있었다. 나이 팔순을 넘은 이영희 교수는 후배이자 동료이자 친구인 임헌영 선생에게 자신이 살아온 역사와 자신과 함께한 역사와 자신이 밝히고 드러낸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자로서의 이영희 교수, 학자로서의 삶, 그리고 그가 말하는 미국, 소련,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현대사. 그것들은 때로는 놀랍게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분노없이 볼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하게 다가온다. 특히 베트남에 대한 그의 애정과 중국에 대한 그의 선지자적 식견과 미국.일본에 대한 그의 예리하고 논리적인 판단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무한한 깨달음을 던져준다.

 

지식인으로 삶을 어떻게 살 것이냐? 이 문제는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고급 정보를 많은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수많은 고통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즐겁게 읽을 수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쉽사리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책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우리가 이영희 교수를 만나고, 그를 통해 진실에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기쁨이요 즐거움이 아닐는지.

 

시간을 내어 이영희 교수의 책 몇 권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중에서 '전환시대의 논리'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살아있는 신화 이영희' 등은 집에 있으니 다시 찬찬히 읽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이영희 교수와 같은 시대를 살면서 같은 민족의 문제, 외세의 문제, 역사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축복이다.

 

이영희 교수가 그의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수백 가지 역사적 사건과 역사적 인물과 책들과 지명과 제도들, 논문들을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중 한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의미를 알고 넘어간다면 나는 이영의 교수를 우리 시대 최고의 사상의 은사로 여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은 2005년 처음 인쇄됐고 2008년 18쇄로 나온 것을 2009년 1월 11일 다 읽었다. 많이 늦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을 거쳐 노무현 정권 시절에 나왔던 책, 만일 이영희 교수가 지금의 우리나라를 보면 우엇이라고 말할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사태라든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국을 보고 또 뭐라고 할까. 일본의 독도망언 문제, 미국의 오바마 당선 등 그에게 물어보고 명쾌한 해답을 내려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세계사적, 전환기적 사건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이 책을 끝으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을 것인가 보다.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을 통해 배우는 우리의 현대사와 문명사와 문화사, 그리고 세계사는 고통스럽게 읽히지만 읽은 후의 느낌은, 매우 많은 분노가 일지만, 매우 깔끔하다. 명쾌한 해석! 그래서 이영희는 살아 있는 신화라는 말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영원히 살아있는 신화이길 빌 뿐이다.

 

2009. 1. 12.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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