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5 하나를 포기하면 둘을 얻는다 오후 5시 퇴근한다. 해가 쨍쨍하다. 옷부터 갈아입는다. 숙호산 오르기 딱 좋다. 냉장고 찬물을 작은 병에 옮겨 붓는다. 문득, 이게 아니다 싶어진다. 아내는 아들 학교에 일곱 시까지 가야 한다. 일 마치고 가자면 마음부터 바쁠 것이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 발을 동동거릴 것이다. 숙호.. 2017. 5. 30. 아침 출근길 작은 소란 5층짜리 작은 아파트라서 주차장이 꽤 좁다. 한 가구에 차 한 대씩도 안 될 때 지은 아파트라서 그렇다. 어린이 놀이터를 없애고 대여섯 대 더 댈 공간을 확보했으나 좁긴 마찬가지다. 출근할 때 보면 이중삼중으로 대놨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나는 늘 차가 빠져나가기 좋은 위치에 대 놓는다. 바쁘기도 하고 그렇다고 곤하게 자는 사람 깨우기도 그러니까. 저녁에 한잔하고 대리 기사가 차를 몰고 와도 다음날 출근할 것을 생각해서 차를 대 달라고 한다. 어제 오후에 차를 쓴 아내가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차를 대놨다. 아침 7시 20분쯤 나오니 두 대가 가로막고 있다. 눈대중으로 살펴보니 검은 차 한 대만 빼주면 빠져나갈 만하겠다 싶었다. 바람이 찼다. 마침 아내가 베란다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위치에 차.. 2015. 12. 28. 100%의 맛, 돼지고기두부찌개 돼지 앞다릿살을 한입 크기보다 조금 작게 썰어 넣고, 두부, 버섯, 양파, 땡초,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넣어 ‘대충’ 끓인, 국 같기도 하고 찌개 같기도 한 음식은 나에겐 영혼을 울려주는 음식이다. ‘소울 푸드’라고 할까. 간을 소금으로 한 것 같은데 먹어 보면 간장 맛도 난다. 첫눈에.. 2015. 3. 23. 걱정 지금 사는 국제아파트는 지은 지 30년쯤 된 것 같다. 이사 온 건 2004년이다. 11년째 살고 있다. 아내는 지지난해부터 다른 데로 이사 가자고 했다. 나는 “이 집 팔아도 웬만한 아파트 전세도 못 얻는다.”며 반대했다. 집의 절반은 국민은행 소유니까. 그러자 이번엔 집안 분위기를 바꾸자며.. 2014. 9. 16. 아름답고 풍요로운 중년을 위하여 퇴근 후 한잔하고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 마당을 걷는다. 가로등은 어둠을 물리칠 힘이 없어 보인다. 집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에는 웃음과 행복이 묻어난다.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참는다. 우리 집 현관을 통과할 때까지는 흐트러진 모습을 누구에게 들키지 않는 게 좋다. 문득 하늘을 보.. 2013. 11.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