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3 눈 내린 날의 잡생각 눈이 내렸다. 내린 시간은 짧았다. 하늘은 시커멓고 땅은 하얬다. 눈은 얇았지만 자동차 바퀴는 두꺼웠다. 땅윗것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눈들은 납작 엎드렸다. 얼어붙었다. 미끄러웠다. 사람들은 종종걸음을 놓았다. 운전대 잡은 사람들은 두 눈을 부릅떴다. 눈사람 만들기 따위는 .. 2018. 1. 10. 특별휴가보다 평화를 바란다 대통령이 추석을 맞이하여 장병 56만여 명에게 1박 2일 특별휴가를 주기로 했다고 한다.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뒤이은 포격 도발로 인하여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고 모든 국군 장병들의 외박은 물론 휴가까지 금지됐었는데, 그때 몇몇 장병들은 전역까지 .. 2015. 9. 21. 고 대위 점심 식사 후 쉬고 있는데 병장 한 명이 나에게 “야! 너랑 똑같은 대위가 하나 왔다!”고 말했다. 나는 일병이었다. “네?” 기분이 묘했다. 대위가 새로 배치되어 왔는데 나와 닮은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다. 오전에 동료 병사들이 나를 보고 키들키들 웃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닮아도 많이 닮은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다. 고 대위라는 분은 나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궁금증이 눈덩이처럼 커졌지만, 언젠가 만나지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한 이틀을 더 보낸 것 같다. 사흘째 되던 날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상황실 앞 보초를 섰던 나는, 멀리서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보곤 잔뜩 긴장했다. 군인들 걸음걸이가 대개 엇비슷한데 그 그림자는 군인다워도 너무 군인다웠던 것이다. 어깨에 힘을 잔뜩 넣은 채 오른쪽 겨드랑이엔 .. 2014. 11.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