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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221-230)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by 이우기, yiwoogi 2025. 3. 11.

221.

◐ 이번 눈을 수상당량비로 계산했을 때 동복댐이 자리한 화순에는 2㎜, 주암댐이 있는 순천에는 0.3㎜의 비가 내린 셈이다. (2022. 12. 15. 10:02)

 

전라도에 가뭄이 심하다. 14일 눈이 제법 온 모양이다. 그래도 간에 기별이 가지 않는가 보다. “제법 많은 적설량이지만 지역 주요 식수원의 저수율에는 변화가 없었다.”라고 보도한다.

이 기사에서는 ‘위치한’, ‘소재한’이라고 하지 않고 ‘자리한’, ‘있는’이라고 썼다. 칭찬한다.

‘수상당량비’라는 말을 난생처음 본다. 어렵다. 기상청에서 일하는 분이나 날씨를 주로 다루는 분들은 잘 알겠지. 찾아보았다. “수상당량비에서 ‘수’는 물 수(水), ‘비’는 견줄 비(比)이고, ‘상당’은 일정한 액수나 수치라는 뜻이고, ‘량’은 헤아릴 양(量)을 써서 물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를 비율로 따진 개념”이라고 한다.

눈이 녹아 물이 되면 얼마나 되는지를 비율로 표시한다는 것이겠다. 이것을 비가 온다고 가정하여 강수량(또는 비율)으로 표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렵다. 이해는 하겠다. 다행이다.

 

222.

◐ 코로나 봉쇄가 갑자기 해제되면서 사람들은 약품 이외 면역에 좋다는 음식을 사재기하면서 이런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2022. 12. 19. 10:58)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사람들은 비타민시(C)가 많이 든 레몬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 있다는 소문을 믿는 듯하다. 실제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중국에서는 ‘레몬 구매 열풍’이 일고 있단다.

이 기사 문장에서는 ‘-면서’가 두 번 나왔다. ‘해제되면서’, ‘사재기하면서’가 그것이다. 한 문장에서 비슷하게 생긴 단어가 잇달아 나오는 건 그다지 좋지 않다. 더구나 ‘-면서’는 두 가지 행동이 동시에 일어날 때 쓰는 말이어서 어법에도 맞지 않다.

‘상황’은 기사 맥락을 보면 잘 어울리지 않는다. ‘상황’은 ‘일이 되어가는 사정이나 형편’이다. 이 말 말고 ‘현상’이 있다. ‘현상’은 ‘나타나 보이는 현재의 상태’이다. ‘레몬 구매 열풍’은 현상에 가깝다.

이 기사를 이렇게 쓰면 어떨까. ‘코로나 봉쇄가 갑자기 해제되자 사람들이 약품 이외 면역에 좋다는 음식을 사재기한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23.

◐ 국제사면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인권단체들이 요구한 월드컵 경기장 건설 중 희생된 노동자를 위한 기금, 이주노동자센터 설립 등은 카타르 정부와 FIFA에 의해 거부됐다. (2022.12.19. 21:47)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는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와 성소수자 탄압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무지개완장 착용 등으로 카타르 인권 문제에 항의하려던 일부 유럽국가팀의 시도는 FIFA의 엄격한 금지조치로 무산됐다.’라는 내용도 보인다.

‘-에 의해 거부됐다’라는 표현은 매우 어색하다. ‘~ 등을 카타르 정부와 FIFA가 거부했다’라고 하면 되겠다. 오랫동안 교열기자로 일한 박재역은 ≪교열기자의 오답 노트≫에서 ‘-에 의하여/의해/의한’을 ‘졸문의 주범 번역투 10’ 가운데 하나라고 짚었다. 그 외 졸문의 주범으로 지목한 번역투에는 ‘입장’, ‘내역’, ‘시합’, ‘갖다’, ‘-에 대하여/대해/대한’, ‘-로 인하여/인해/인한’, ‘에 의하여/의해/의한’, ‘-에 비하여/비해’, ‘-에/데 있어서’, ‘-을 필요로 하다’가 있다.

 

224.

◐ 우크라이나 전쟁이 11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으로부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군사 장비를 확보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2. 12. 28. 07:45)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갔다가 탱크, 병력 수송용 장갑차, 보병 전투 장갑차 따위 군사 장비를 내버려 두고 도망간 모양이다. 고장 난 이 군사 장비는 무용지물이다. 부품이 없어서 고칠 수 없단다. 희한하고 웃기는 전술이다.

이런 사실을 다루는 기사에서 ‘러시아군으로부터 ~ 확보해’라고 쓴 것은 좀 어색하다. 기사 문장대로 하면 서로 합의하여, 또는 우크라이나가 원하여 이런 일이 벌어진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군으로부터’라는 말의 위치를 옮겨본다. ‘확보해’도 다른 말로 바꿔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1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러시아 군사 장비를 떠안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25.

◐ 광주광역시에 최고 40㎝ 기록적 폭설이 내린지 수일이 지났지만 시민들이 넘어져 다치는 낙상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22. 12. 28. 09:53)

 

눈이 내리면 찻길 눈부터 치운다. ‘출퇴근길 교통 대란’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다. 그러고선 인도에 내린 눈은 내버려 둔다. 걸어 다니는 사람이 넘어져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문제를 지적한 기사이다.

‘수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수일’은 ‘두서너 날’이라는 말이다. ‘2-3일’이다. 이를 ‘이삼일’이라고 하지 않고 ‘수일’이라고 썼다. 거기서 거기다. ‘이삼일’은 한 낱말이다. ‘며칠’이라고 쓰면 어떤가. 차이가 있다. 수일은 2-3일로 한정되지만 며칠은 그렇지 않다. 그냥 몇 날이다.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며칠이라고 쓰는 일이 더 많다. 그렇다는 말이다.

‘내린지’는 ‘내린 지’로 띄어 써야 한다. ‘지’가 기간, 동안을 가리키면 의존명사이므로 앞말과 띄어 쓴다.

 

226.

◐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 나선 현대차그룹은 브랜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연간 30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23. 1. 2. 06:33)

 

유럽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던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업체로 완전히 전환한다고 한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너무 심하게 규제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퍼스트 무버’라는 영어는 ‘선도자’라고 바꾸어 쓰면 좋겠다. ‘브랜드’는 ‘상표’이다. 외국어, 외래어를 섞어 쓰면 더 멋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이런 말도 잘해’라고 뻐기는 것 같다.

‘307만대의 전기차’는 ‘전기차 307만 대’라고 고쳐 쓸 수 있다. ‘-의’를 없애는 방법이다. ‘전기차를 연간 307만대 판매하겠다는’이라고 쓰면 쉽다. ‘대’는 앞말과 띄어 써야 한다.

‘~ 판매하겠다는 목표이다’라고 쓰지 않고 ‘목표를 갖고 있다’라고 썼다. 잘했다.

 

227.

◐ 만 0세 아동을 양육하는 가구에게70만원이 지급되며 어린이집을 이용할 경우 시설 이용 보육료 50만원차감한 금액을 받을 수 있다. (2023. 1. 2. 06:59)

 

아이를 낳으면 부모에게 한 달 70만 원을 준다. 아이 키우는 데 드는 돈을 보태주는 것이다. 어린이집에 보내면 얼마를 뺀 돈을 준단다. 이렇게 해서라도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까닭이 돈 때문일까.

‘아동을 양육하는’은 맞는 말이긴 한데 좀 메마른 듯하다. ‘아이를 키우는’이라고 하면 어땠을까. 법률 또는 행정용어라서 어쩔 수 없었을까.

‘가구에게’는 틀렸다. ‘-에’, ‘-에게’를 구분할 때 대상이 유정물이냐, 무정물이냐로 따진다. 유정물은 사람이나 동물과 같이 감각이 있는 것을 말한다. 무정물은 그 반대다. ‘가구’ 또는 ‘가정’은 무정물이다. 그러므로 ‘가구에’라고 써야 한다.

‘70만원’, ‘50만원’에서 ‘원’은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실제 언론 보도 기사를 보면 이를 제대로 띄우는 데는 거의 없다. 특히 신문은 한 칸 띄우느냐 안 띄우느냐에 따라 한 줄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기 때문이다.

‘차감한’이라는 말은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다. ‘비교하여 덜어 냄. 또는 비교하여 줄어든 차이’라는 말인데, 그냥 ‘뺀’이라고 하면 더 쉽겠다.

 

228.

◐ 2일 오전 9시 18분 현재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구독자는 29.3만명에 이른다. (2023. 1. 2. 09:23)

 

방송인 김어준 씨가 교통방송(TBS)을 그만두고 새로운 둥지를 트는가 보다. 유튜브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1월 9일 시작하는데 벌써 30만 명 가까운 사람이 구독신청을 했단다. 이런 기사를 보고 덩달아 구독하려는 사람도 있겠지. 아무튼 대단하다.

‘29.3만명’이라는 표현을 본다.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매우 어색하다. 유튜브에 가보면 구독자 숫자를 표시할 때 이 기사처럼 쓴다. 29만 3000명이라는 뜻이다. 유튜브 화면에서 이렇게 적어 놨더라도 이를 기사로 옮길 때는 ‘29만 3000명’이라고 풀어서 써주는 게 좋겠다. ‘명’은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므로 앞말과 띄어 쓴다.

 

229.

◐ 제주도 역시 이탈리아와 같은 노력을 쏟아야 할 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 1. 3. 09:00)

 

띄어쓰기는 어렵다. 사전을 봐도 잘 모르겠다. 물어볼 데도 마땅찮다. 많은 경우 띄어쓰기는 틀려도 넘어간다. 기사 문장에서도 그러하다. 띄어쓰기 규정을 더 느슨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몇몇 가지는 지키는 게 좋다. 띄어쓰기는 문장의 뜻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가령 이 기사 문장에 나오는 ‘지’는 띄어 쓸 때도 있고 붙여 쓸 때도 있다. 간단하다. ‘기간’이나 ‘동안’을 나타내면 띄어 쓴다. ‘그가 떠난 지 3년이나 됐다’처럼 쓴다. ‘지’를 ‘기간’으로 바꿀 수 있다. 그 외에는 붙여 쓴다. 기사에서처럼 ‘할 지’는 ‘할지’로 붙여 쓴다.

기간이나 동안을 나타내는 ‘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다. 그러니까 띄어 쓰는 것이다. ‘할지’에서 ‘지’는 추측에 대한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다. 엄밀히 말하면 ‘ㄹ지’가 어미다.

‘지적이 나온다’라는 표현은 기사에서 자주 본다. 누가 언제 어떻게 지적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기 애매한 경우에 주로 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말이 많다. 그 말은 다음에 알아본다.

 

230.

수퍼차저 충전 성능 역시 수퍼차저의 종류와 시험조건 등을 밝히지 않고 ‘수퍼자처로 30분(또는 15분) 내에 247㎞ 충전’이 가능하다고 광고했다. (2023. 1. 3. 12:01)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주행 가능 거리, 충전 성능을 거짓으로 광고했다가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참말 오랜만에 옳은 일을 한 듯하다.

‘수퍼차저’는 영어로 ‘supercharger’ 이렇게 쓴다. 여기서 ‘super’를 한글로 어떻게 표기할까. 영화 <슈퍼맨(superman)>이 있다. ‘슈’라고 쓴다. ‘슈퍼마켓(supermarket)’이라는 말이 있다. ‘슈’라고 쓴다. 그런데 테슬라 전용 충전장치는 굳이 ‘수퍼차저’라고 하는 모양이다. 해괴한 일이다. 영어를 한글로 적는 법, 즉 ‘로마자표기법’도 어문규정의 하나로서 마땅히 지켜야 한다. 세 번째 ‘수퍼자처’는 기자의 오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