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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182-191)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by 이우기, yiwoogi 2025. 3. 7.

182.

정 후보자 측은 해당 속도위반은 정 후보자 부인이 운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2022. 04. 25. 16:15)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데 그 부인의 운전 버릇까지 까뒤집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잘한 것은 아니지만 차량을 훔친 것도 아니고 속도위반하다가 사람을 친 것도 아니다. 그것 말고도 들춰내야 할 잘못이 더 크고 많다.

‘정 후보자 측은’이 주어이고 ‘설명이다’가 서술어이다. 이 주어와 서술어를 붙여서 읽어보면 말이 될까. 안 된다. ‘정 후보자 측은 ~ 것이라고 설명했다.’라고 해야 앞뒤가 맞다. 주어와 술어의 호응은 문장을 만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기본이 되지 않는 문장이 너무 많다.

 

183.

◐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와 내각 관료들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다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2022. 04. 26. 16:01)

 

새 정부가 공무원 군기를 잡을 모양이다. 일한 만큼 보상한다고 한다.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해온 소리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잘 돌아갈 것이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만약 복지부동을 몰아내고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해 왔다면 이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이런 말을 아예 하지 않을 것이다. 그새 바뀐 대통령이 몇 명인데….

이 기사 문장의 주어는 ‘인수위와 내각 관료들은’이다. 서술어는 ‘모습이다’이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는다. ‘인수위와 내각 관료들이 ~ 나섰다’라고 하면 말이 된다. 아니면 ‘인수위와 내각 관료들이 ~ 나설 것 같다’라고 해도 되겠다. 문장 끝에 ‘~는 모습이다’는 100번 나오면 99번은 틀린 것이다. 나머지 한 번도 예를 찾기 어렵다.

 

184.

◐ 토요타·닛산 등 일본 브랜드에서 내놓은 전기차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더 긴 주행거리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2022. 04. 27. 05:44)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아이오닉5의 성능이 매우 우수한 듯하다. 한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본 소비자도 이 자동차는 호평한다고 한다.

‘브랜드’라는 말을 많이 쓴다. ‘상표’라는 말이다. 기사에서 ‘일본 상표에서 내놓은’이라고 하면 말이 이상해진다. 이때는 ‘회사’라고 하면 된다. ‘일본 (자동차) 회사에서 내놓은’이라고 하면 딱 알맞다.

‘전기차들보다’라고 했는데 굳이 복수를 나타내는 ‘-들-’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들-’은 분명하게 복수임을 나타낼 필요가 있을 때 넣는 게 좋다. ‘국민들’이라고 하지 말고 ‘국민’이라고 하고, ‘주민들’이라고 하지 말고 ‘주민’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간명하다.

‘~ 보여준다는 분석이다’에서 ‘분석이다’는 ‘모습이다’, ‘설명이다’ 따위처럼 잘못 쓴 예이다. 이 기사 문장에서는 ‘~ 주행거리가(주행거리는) 더 긴 것으로(길다고) 분석됐다’라고 하면 되겠다.

 

185.

◐ 다른 한쪽에서는 이 대표가 리더십 부족과 신상 문제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22. 07. 07. 16:28)

 

겹말이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뜻의 말을 겹쳐 쓰는 것을 말한다. 모래사장, 손수건, 낙숫물 따위가 그것이다. 한 낱말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이 기사 문장에서 ‘스스로’와 ‘자진’이 그렇다. ‘스스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잘 쓴 문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 신상 문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이라고 하든지, ‘~ 스스로 신상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이라고 써야 한다.

 

186.

◐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대표 식후 루틴인 커피 마시기. 그러나 식사 직후 커피를 마시는 습관은 식도위괄약근을 약화시켜 역류성 식도염까지 일으킬 수 있다. (2022. 07. 14. 07:32)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 좋지 않다는 기사를 자주 본다. 어떤 것은 해롭고 어떤 것은 좋다. 기사마다 분석하는 방법이나 동원하는 전문가가 다르더라도 대체로 일치한다. 커피는 예외다. 커피가 몸에 좋다는 기사와 그렇지 않다는 기사가 있다. 둘 다 맞을 수도 있고 둘 다 틀릴 수도 있다. 나는 몸에 좋다고 본다. 다만, 어떤 커피를 언제 어떻게 누구와 마실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루틴’이라는 말을 아주 많이 쓴다. 처음 이 말을 들은 게 20년 가까이 되는 듯하다. 당시에는 몇몇 식자들이 썼다. 지금은 누구나 쓴다. 그 사이 이 말이 생명을 얻은 것이다. 처음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말하는 줄 알았다. 정말이다. 지금은 이 말 뜻을 알까. 모른다. 그래서 비로소 뜻을 찾아보니, ‘routine’이라는 영어인데 ‘일상적인, 일과, 일반적인, 정기적인, 반복적인’이라는 말이란다. 그럼 이렇게 쓰면 될 것을 굳이 영어를 쓰는 까닭을 모르겠다. ‘정해 놓은, 판에 박힌, 타성적인’이라고도 해도 되겠다. 국립국어원은 이 말을 어떻게 다듬으라고 안내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187.

◐ 이와 같은 판매규모 및 라인업 확대를 통해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국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21년 6%에서 2030년 4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22. 07. 14. 11:00)

 

라인업은 일상생활에서 정말 자주 쓰는 말이다. 야구에서는 출전 선수의 타격 순서를 말할 때 쓴다. 음악회에서는 출연하는 가수나 연주자의 순서를 말할 때 쓴다.

영어 ‘line up’은 ‘선수 명단, 진용(陳容), 순번, 출연진, 제품군’이라는 말이다. 야구에서는 ‘선수 명단’으로, 음악회에서는 ‘출연진’으로, 상품광고에서는 ‘제품군’으로 쓰면 되겠다. 여기서는 ‘제품군’이겠다.

고치자는 말은 한자어이다. 한자어나 영어나 어쨌든 우리말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한자어는 수천 년 동안 우리가 써 온 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다. 지금처럼 우리가 영어를 써 버릇하면 몇백 년 가지 않아서 영어가 지금의 한자 노릇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우리말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말이 없는 민족이 있을 수 있을까.

 

188.

◐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7일 우리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개최한 관함식에 7년 만에 참가한 것을 비판하며 욱일기 그려진 판넬을 부쉈다. (2022. 11. 7. 15:06)

 

일본 해상자위대가 관함식을 개최했다. 우리나라 해군이 참가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말이 많았다. 일본 자위대를 상징하는 욱일기가 같은지 다른지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일본은 우리의 영원한 우방이자 적이다. 일본이 과거를 진정으로 반성하면 우방으로, 그렇지 않으면 적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판넬’을 외래어표기법에 어긋나게 적었다. ‘패널’이라고 적어야 한다. 영어로는 ‘panel’이라고 쓰는데 우리말로는 ‘널빤지, 판자’라고 하면 된다. 참고로 ‘토론자’를 가리키는 ‘panel’도 ‘패널’이라고 적는다. 판넬이냐, 패널이냐 헷갈릴 것 없다. 널빤지, 판자 또는 토론자로 적으면 되니까.

이 문장에서는 주격조사(보조사)가 잇따라 4개 나왔다. ‘의원이’, ‘해군이’, ‘해상자위대가’, ‘욱일기가’이다. 이런 문장은 깔끔하다고 할 수 없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일본 해상자위대의 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참가한 것을 비판하여 욱일기를 그려넣은 널빤지를 부쉈다.’라고 하면 조금 낫다.

 

189.

러우간 교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은 푸틴 대통령이 권력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상 평화회담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2022. 11. 8. 06:50)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해를 넘길 것 같다. 전쟁이 나면 가난한 사람, 여자, 노인, 어린이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 물론 전장에서 죽어 나가는 건 젊은이다. 비극을 끝장낼 혜안은 없는 것일까.

‘러우간’이라고 표기할 정도로 이 전쟁이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러우 간’이라고 띄어 쓰는 게 맞겠다. 이럴 때는 ‘청일전쟁’, ‘러일전쟁’처럼 ‘러우전쟁’이라고 하면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쉬워진다는 건 비극이다.

‘지속되고 있는’을 보자. 쉬운 문장을 바르게 쓰자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굳이 있다고 하지 않아도 있는’이라는 말을 쓴다. ‘지속되고 있는’처럼 ‘있는’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즉 ‘지속되는’으로 쓰라는 것이다. ‘하고 있는’은 ‘하는’으로 쓰자는 말이다. ‘있는’을 빼고 나면 간결해지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정답은 없다.

 

190.

◐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까지 첫 만찬을 언제 열지, 어떤 분들을 처음으로 초대 드릴지 결정된 것 없다”고 말했다. (2022. 11. 8. 10:28)

 

5월에 취임한 대통령이 여섯 달 만에 새집으로 이사 갔다. 기자들은 ‘진정한 용산 시대’가 열렸다고들 한다.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판단은 언론사별로 오락가락한다.

새집에서 손님을 초대하여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정치를 하겠지. 이를 두고 언론은 ‘만찬 정치’라는 말을 붙였다. 그 첫 손님으로 누구를 부를지 궁금한가 보다.

‘아직까지’는 문장부사이다. 문장 앞, 중간, 뒤에 붙여 쓴다. 부사는 꾸미는 말이므로 꾸밈을 받는 말 앞에 놓는 게 가장 좋다. 이 기사에서는 ‘결정된’ 앞에 놓는 게 좋다는 말이다. ‘없다’ 앞에 놓아도 된다. 문장 맨 앞에 놓는 건 많이 어색하다.

‘초대 드릴지’라는 말을 한참 들여다본다. ‘초대할지’라고 하면 딱 알맞겠는데, 그러자니 어쩐지 상대방을 낮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듯하다. 나라면 그냥 그렇게 썼을 것이다. 꼭 상대방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으면 ‘어떤 분들께 처음으로 초대장을 보내드릴지’라고 하면 되겠다. 상대방 높이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늘 지나쳐서 탈이다.

 

191.

◐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논란’과 관련해 “·구별 못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2022. 11. 8. 11:33)

 

우리말 가운데 뜻이 맞서는 한두 자짜리 말을 붙여 한 낱말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 기사에서 보듯 ‘공사’도 그중 하나다. 사전에서는 ‘공공의 일과 사사로운 일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풀어놓았다.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공·사’처럼 가운뎃점을 찍을 필요가 없다.

‘남녀’가 있다. ‘남자와 여자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한 낱말이므로 ‘남·녀’라고 쓰지 않는다. ‘전후’도 있다. ‘전·후’처럼 안 쓴다. ‘앞과 뒤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니까. ‘앞뒤’도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면 이런 말이 아주 많다.

‘구별 못하는’은 ‘구별하지 못하는’이라고 써야 한다.

이른바 ‘풍산개 논란’을 눈여겨본다. 개 한두 마리 키우고 안 키우고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거나 누군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둘 가운데 하나다. 언론은 가려볼 생각을 하지 않고 대놓고 한쪽을 몰아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