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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142-151)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by 이우기, yiwoogi 2025. 3. 7.

142.

◐ 하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어 교육당국도 이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2022. 02. 14. 16:54)

 

명지대학교로 유명한 명지학원이 파산할지 모른다. 사학 재단이 파산하면 거기에 소속한 학교는 폐교될 수도 있다. 이유는 많겠지만, 인구 감소도 한 원인일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수순’은 일본어식 한자말이라고 한다. 경상남도교육청이 2020년 12월 발행한 <학교 내 일본어식 용어 이렇게 바꿔요>에서는 ‘차례, 순서’로 바꾸어 쓰라고 한다(43쪽). 박숙희 님이 지은 <반드시 바꿔 써야 할 우리말 속 일본말>(한울림, 1996년)에서도 역시 이 말을 ‘차례, 순서, 절차’ 따위로 바꾸어 쓰자고 한 적 있다(209쪽). 한효석 님도 1994년 9월 펴낸 <이렇게 해야 바로 쓴다>에서 ‘바꾸어 써야 할 말’에 ‘수순’을 넣어 놓았다(134쪽).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그런 설명이 전혀 없다. 다른 우리말처럼 뜻만 설명해 놓았다. ‘정하여진 기준에서 말하는 전후, 좌우, 상하 따위의 차례 관계’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 그 말의 뜻풀이뿐만 아니라 어원, 유래 따위를 밝혀서 가려 써야 할 말까지 표시해 주면 참 좋겠다.

 

143.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5일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결심을 밝혀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2. 02. 15. 14:13)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 2명이 1명으로 줄어들지 모르겠다. 이른바 ‘야권 후보 단일화’ 말이다. 한쪽은 애가 탔고 한쪽은 느긋한 듯하다. 국민 사랑하고 나라 위하는 마음이 누가 더 클까.

‘-를 향해’에서 ‘향하다’는 ①어느 한쪽을 정면이 되게 대하다 ②어느 한쪽을 목표로 하여 나아가다 ③마음을 기울이다 ④무엇이 어느 한 방향을 취하게 하다라는 뜻이다. 이 기사에서는 어디에 해당할까. 모호하다. 차라리 ‘-에게’라고 썼더라면 뜻이 명확해졌을 것이다. 윤 후보가 눈앞에 보이는 게 아니어서 언론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가능한’은 이렇게 쓰면 틀린다. ‘가능한 한’이라고 써야 한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인용)라는 문장에서 ‘없는 한’이라고 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때 ‘한’은 조건의 뜻을 나타내는 명사이다. ‘한’이 두 번 들어가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이라고 써야 맞다.

‘빠른 시간 내에’라는 표현은 좀 고민해야 한다. 틀린 건 아니다. ‘이른 시간 내에’라고 쓰는 게 맞는 표현이었다. 어느 시점보다 빠르고 느린(속도) 건 없으니까. 그런데 몇 해 전 ‘빠르다’라는 말에 ‘이르다’와 비슷한 뜻이 있는 것으로 규정을 바꾸었다. 이전에는 ‘걸음이 빠르다’, ‘두뇌 회전이 빠르다’의 형태만 맞았는데 지금은 ‘그녀는 나보다 생일이 여섯 달이나 빠르다’, ‘겨울옷을 입기에는 아직 빠르다’도 맞는 표현이 되었다. 따라서 인용한 기사 문장의 ‘빠른 시일 내에’도 지금은 맞는 표현이다. 이처럼 말은 바뀌는 것이다. 한글맞춤법이나 표준어규정 같은 규범도 사람이 쓰는 말을 좇아 바뀌어 가는 것이다. 규범이 바뀌기 전까지는, 공적인 글에서는 맞춤법을 지키는 것이 옳다.

인용한 기사 문장은 요모조모 뜯어볼 여지가 많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라고 했는데, ‘후보는’이라고 쓰면 느낌이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밝혀주셨으면 한다’라고 하는 건 구어체인데 이를 문어체로 바꾸면 ‘밝혀주시기 바란다’가 될 것이다.

 

144.

올림픽의 원활한 개최를 위해 신규 건설된 고속철도나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 관련 비용이 전반적으로 누락됐다는 것이다. (2022. 02. 15. 13:16)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여름 올림픽에 이어 14년 만인 2022년 겨울 올림픽도 열었다. 중국 안팎에서 돈을 많이 썼느니 적게 썼느니 갑론을박이 나오는 모양이다. 어쨌든 14년 만에 여름 올림픽과 겨울 올림픽을 잇따라 개최한 것은 이 나라의 국력이 보통이 아님을 말해준다.

‘올림픽의 원활한 개최를 위해’라고 썼는데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올림픽을 원활하게 개최하기 위해’. 만약 기사의 제목이라면 ‘올림픽의 원활한 개최’처럼 깔끔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사 본문에서는 더 쉽고 부드럽게 풀어써 주면 좋겠다.

 

145.

◐ 특히 회사는 노사 임금협상이 연말에 뒤늦게 시작돼 추가 인건비 지출이 어렵다며 지난해 대신 올해 임금협상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2022.02.16. 13:58)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 내 4개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사 대화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오라고 요구했다. 과연 나올까. 나온다면, 그것만으로도 전 세계적 뉴스가 될 것이다.

이 기사 문장은 비문이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는다. ‘특히 회사의 입장은 ~ 논의하자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하면 말이 된다. 똑같은 기사를 연합뉴스에서는 ‘특히 회사는 노사 임금협상이 연말에 뒤늦게 시작됨에 따라 추가 인건비 지출이 어렵다며 지난해 대신 올해 임금협상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썼다. ‘-인 것’으로 주어를 받았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본다. 여기서는 회사의 ‘입장’이라기보다는 회사의 ‘주장’에 가깝다. 노사 양쪽의 주장이 부딪히는 게 노사교섭 현장이다. ‘입장’은 일본말에서 온 말이라서 쓰지 말자는 주장도 있다. ‘회사는 ~ 논의하자고 주장했다’라고 하는 게 가장 간결한 표현이다.

 

146.

◐ 소주 가격 인상으로 식당 판매 가격도 올라갈 예정이다. (2022. 02. 18. 11:41)

 

담뱃값을 올리면 많은 사람이 담배를 끊고 그 덕분에 국민의 건강이 나아지리라 기대했다. 과연 그렇게 됐을까. 소줏값이 올라가면 술을 줄이는 사람이 늘어날까. 담배나 소주나 값을 올리면 처음 한두 달 동안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서너 달 지나면 이전으로 돌아간다. 담배인삼공사와 소주 회사가 망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래야 세금도 더 거둬들일 수 있다.

이 문장에서는 전제와 결론이 어긋났다. 소줏값이 올라가면 식당에서 판매하는 값도 올라간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그것을 ‘예정이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예정이란 ‘미리 정한 갈 길이나 진행 과정’이다. 술값이 오르는 건 미리 정한 게 아니다.

‘식당 판매 가격’이라는 말은 언뜻 보면 문제가 없지만, 시비를 걸려고 하면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가격’처럼 알맞은 조사를 붙여주면 좋았을 것을 ‘식당 판매 가격’이라고 명사로만 나열하다 보니 마치 ‘식당을 파는 가격’인 듯이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줏값이 올랐다고 식당을 팔아치울 리는 없다. 문장만 놓고 보면 그렇게 읽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기사는 ‘소주 가격 인상으로 식당에서 판매하는 술값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하면 뜻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147.

◐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의 교전이 시작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을 찾은 외신기자들이 탄 차량 주변에 박격포탄 수 발이 떨어졌다. (2022. 02. 20. 16:10)

 

우크라이나에 전쟁 기운이 짙다. 전쟁이 나면 가난한 사람, 여자, 어린이들이 더 큰 피해를 본다. 어떤 명분을 붙이든 전쟁은 나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가기 전에 우크라이나 내부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먼저 싸움을 시작했다. 자중지란이다.

외신기자들이 탄 차량 주변에 박격포 탄이 떨어졌다. ‘박격포’는 ‘보병의 전투를 지원하는 데 쓰는 근거리용 곡사포’다. 곡사포란 상대방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쏘는 포다. 간혹 피아를 가리지 못하고 살상하기도 하는 무서운 무기다.

몇 발이 떨어졌을까. 기사에서는 ‘수 발’이라고 했다. ‘수 발’이라는 표현은 낯설다. 여기서 ‘수’는 ‘몇’, ‘여러’, ‘약간’이라는 뜻의 관형사이다. ‘수 발’은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익숙하지 않고 어색하다. 보통 사람이 말할 때는 잘 안 쓴다. 이럴 때는 ‘몇 발’이라고 하면 된다. 좀 많은 느낌을 주려면 ‘여러 발’이라고 해도 되겠다.

 

148.

◐ 애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투입된 것은 중국이 처음부터 간접 비용을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 02. 20. 16:38)

 

중국 베이징 겨울 올림픽이 끝났다. 처음엔 관심이 없었다. 방송국마다 경기를 중계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를 응원했다. 나중에는 밤늦도록 경기에 몰입했다. 스포츠의 마력에 빠져든 것이다.

기사에 나오는 ‘포함시키지’는 ‘포함하지’라고 해야 맞다(아래한글 무른모도 잘못된 표현이라고 자동으로 빨간색 밑줄이 긋는다). ‘-하다’라고 해야 할 많은 낱말을 ‘-시키다’ 꼴로 쓰는 게 유행병처럼 퍼져 있다. ‘-시키다’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게 하다’라는 뜻이다. 자기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게 하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 간접 비용을 예산에 넣을까 말까를 결정한 것은 중국 정부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이 일을 시킨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포함시키다’가 아니라 ‘포함하다’라고 하는 게 맞다.

‘자녀를 교육시키다’라고 한다. 부모가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학교에 보내는 건 교육을 ‘하는’ 것일까 ‘시키는’ 것일까. 교육하는 것이라고 봐야 맞다. 부모가 자녀를 책상에 앉혀 놓고 더하기 빼기를 직접 가르치는 것도 교육하는 것이고, 돈을 들여 과외 선생을 들이고 학원으로 학교로 보내는 것도 교육하는 것이다. 학생에게 가나다라를 가르치는 건 선생님이지만 부모의 행위는 모두 교육하는 것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교육시키다’를 접미사 ‘-시키다’의 보기글로 올려놓았다.

 

149.

◐ 이스라엘 정부는 20일(현지시간) 내달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내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관광객에 입국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2022. 02. 21. 05:06)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 100만 명이 되는 데 2년 걸렸는데 200만 명으로 늘어나는 데는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외국에서는 발병률이 조금씩 줄어든다면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거나 이스라엘처럼 관광객들의 입국을 제한하지 않는 나라도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는 언제 끝날까. 또 다른 변이가 생겨나지 않기를 빈다.

‘모든 관광객에 입국을 허용한다’라는 표현은 모호하다. 다음 두 가지로 고쳐 쓸 수 있다. 하나는 ‘모든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한다’이다. ‘입국’에 방점이 찍혔다. ‘-의’를 ‘-에’로 잘못 쓰는 일이 더러 있다. 다른 하나는 ‘모든 관광객에게 입국을 허용한다’이다. ‘관광객’에 방점이 찍혔다. 두 번째처럼 쓰려면 ‘-에게’로 써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사람은 ‘-에게’를, 물건은 ‘-에’를 쓴다.

 

150.

◐ 서울대학교 출신 동문 1만인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반대한다는 선언을 발표했다. (2022. 03. 02. 15:43)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니 곳곳에서 지지하고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한다. 이렇게 해도 나라가 결딴나지 않는 게 신기하다.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말과 ‘동문’이라는 말은 뜻이 겹친다. ‘출신 동문’이라는 말을 굳이 쓴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학부나 대학원을 나온 사람은 당연히 동문이다. 무슨 ‘과정’을 수료한 분들까지 동문으로 볼 것인가 하는 데서 고민을 좀 한 듯하다. 그렇더라도 이런 기사에서는 ‘서울대학교 동문 1만 인이 ~’라고 쓰면 충분하다. ‘동문’ 가운데 ‘같은 학교 출신이 아닌 사람’은 없다.

‘서울대학교 동문 1만 인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당선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151.

◐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집을 보면, 후보들은 한국 문화의 세계적 인기 유지, 시민들의 고른 문화 향유 등을 공통적으로 내세웠다. 다만 강조하는 지점후보들마다 달랐다. (2022. 03. 02. 16:07)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문화 분야 공약을 비교한 기사이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분야이지만 그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후보들의 공약집’이라고 했으니, 뒤에 따라오는 ‘후보들은’은 생략해도 되었겠다.

‘지점’이라는 말을 기사 문장에서 자주 본다. 원래 뜻은 ‘땅 위의 일정한 점’이다. ‘고속 도로 이 지점에서 사고가 났다.’라고 쓴다.(보기글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인용) 눈에 정확하게 보이는 구체적인 점을 가리킨다. 그러던 것을 여기저기 쓰다 보니 추상적인 것을 가리킬 때도 사용한다. 국어사전에 ‘지점’이라는 말의 뜻을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후보들마다’라고 했는데, ‘-들-’이 들어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사람마다 제각각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라거나 ‘빌딩마다 다른 모양이다’라는 표현을 쓸 때 ‘-들-’을 넣지 않는 게 자연스럽다. 후보가 여러 명이어서 ‘-들-’을 넣은 듯한데 그럴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