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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이별

by 이우기, yiwoogi 2024. 11. 19.

<이별>

 

 

2007년 4월 19일 만났다. 17년 7개월 나와 함께했다. 제주와 강원을 빼고는 전국 어디든 갔다. 25만 2000킬로미터쯤 달렸다. 사고는 많았다. 다행히 사람 다치는 사고는 한 번도 없었다. 버릇 나쁜 주인 덕분에 고속도로, 국도에서는 과속했고 방지턱도 힘차게 넘어야 했다. 산길, 논길, 들길을 가리지 않았다.

 

 

병이 났다. 큰 병은 아니다. 스스로 문이 잠긴다거나 유리창이 자꾸 위로 닫히려고 하는 등 조금 웃기는 고장이다. 내비게이션도 조금 이상하게 작동한다. 이런 데 익숙해져서 낭패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사이 이런저런 부품을 많이 수리하고 교체했다. 앞뒤 범퍼도 한 번씩 갈았다.

 

 

2022년 5월 말 전기차 살 때 바로 이별하려다가 3년만 더 함께하자 했다. 그러고서 3년이 흘렀다. 아직은 3년, 아니 5년은 더 탈 수 있을 듯한데, 기어이 이별을 택했다. 내일이면 영영 이별한다. 이제 쎄라토는 그 생명을 다할 것이다. 새 주인을 만나는 것은, 쎄라토가 아니라 쓸모가 조금이라도 남은 각각의 부품일 것이다.

 

현재 직장에서 몇몇 동료는 쎄라토를 ‘준관용차’라고 부른다. 공적인 일로 대학 안팎을 누비고 다닌 덕분이다. 몇몇 동료는 차 번호를 기억할 정도다. 시내에서 먼발치서 지나쳐도 알아보곤 했다. 17년 세월이 만만치 않음을 알겠다.

 

 

긴 세월 나와 우리 가족과 우리 직장의 자잘한 일상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함께해준 쎄라토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애틋하고 아쉬운 정을 여기 적어 놓는다. 내 인생 두 번째 자동차였다.

 

2024. 11. 19.(화)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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