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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덕분

by 이우기, yiwoogi 2024. 12. 1.

<덕분>

 


섣달 첫날 아침 떡국을 먹는다. 저녁에 아내가 떡을 미리 불려 놓은 덕분이다. 굴을 깨끗이 씻어서 잘 보관해 준 덕분이다. 굴에 미리 소금을 간하여 밍밍하지 않고 감칠감칠했다. 아내 덕분이다. 


저녁 모임 마치고 축협하나로마트에 갔다. 달걀과 두부와 굴을 샀다.  소고기도 샀다. 찬바람 부는 건물 모퉁이 돌 때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이맘때 먹고픈 떡국이 생각났다. 바람 덕분이다. 


보통 때 견주면 늦은 7시에 일어나 떡국을 끓인다. 맹물에 맛선생 하나 넣고 떡 넣고 두부 넣고 굴 넣고 호박 넣는다. 소고기는 다음에 무국에 쓰기로 한다. 달걀은 마지막에 풀고 김은 국을 푼 뒤에 썰었다.


시장 떡집에서 일하는 큰형수는 이따금 팔고 남은 떡을 갖다 준다. 가래떡도 있고 떡국떡도 있다. 일부러 사 먹기 애매한 걸 쉽게 얻어 먹는다. 그러니까, 찬바람 부는 섣달 첫날 아침 떡국을 먹게 된 건 오로지 큰형수 덕분이다. 


2024. 12. 1.(일)
18도를 향하여 맹렬하게 돌아가는 온풍기 바람 소리를 들으며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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