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 검찰이 여성가족부의 여당 대선 공약 개발 관여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실을 압수수색했다. ( 2021. 11. 19. 15:30)
검찰이 한 정당의 정책연구실을 뒤졌다는 소식이다.
‘여성가족부의 ~ 관련해’를 본다. 여당, 대선, 공약, 개발, 관여, 의혹이라는 명사가 조사 하나 없이 붙어 있다. 숨이 가쁜 사람은 기사 읽다가 졸도할지도 모른다. 기억력이 약한 사람은 중간쯤 가다가 누가 무엇을 했는지 까먹을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여당의 대선 공약 개발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실을 압수수색했다.’처럼 쓰면 좀 낫다. 이 문장에서는 ‘검찰이’라는 주어를 ‘수색했다’라는 서술어 가까이 갖다 놓으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008.
◐ 홈페이지 개설 사흘 만에 1000만 페이지뷰를 돌파하더니, 동시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폭주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2021. 11. 20. 07:00)
‘홈페이지’를 ‘누리집’으로, ‘페이지뷰’를 ‘조회’로 바꾸어 쓰면 좋을 텐데, 그것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다.
‘폭주’라는 낱말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생각을 정리하기 힘들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열어본다.
①폭주(暴走) 매우 빠른 속도로 난폭하게 달림 ②폭주(暴注) 비가 갑작스럽게 많이 쏟아짐 ③폭주(暴酒) 술을 한꺼번에 많이 마심 ④폭주(輻輳/輻湊) 수레의 바퀴통에 바큇살이 모이듯 한다는 뜻으로, 한곳으로 많이 몰려듦을 이르는 말
①과 ③은 아니다. ②는 비가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것처럼 이 누리집에 누리꾼들이 몰렸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④도 한 곳으로 많이 몰려들었다는 뜻이 그럴듯해 보인다.
어떤 뜻으로 썼을까. 혹시 서버가 ‘마비될 정도’를 가리키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의심해 본다. ‘서버가 주저앉았다, 서버가 멈추었다, 서버가 퍼졌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아무튼 ‘폭주’ 때문에 ③폭주하는 일은 없기를….
009.
◐ 사회자는 “잠시 무대 준비가 있겠다”고 안내했고 잠시 후 “시작해 주시기 바란다”며 윤 후보에게 발표 시작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연설은 시작되지 않았고 사회자는 다시 “오디오 조정이 있겠다”며 청중에 양해를 구했다. (2021. 11. 22. 18:13)
‘잠시 무대 준비가 있겠다’와 ‘오디오 조정이 있겠다’라는 말에서 ‘있겠다’가 거슬린다.
먼저, ‘잠시 무대 준비를 하겠다’와 ‘오디오 조정을 하겠다’라고 고쳐 본다. 좀 낫다. 다음, ‘잠시 무대를 준비하겠다’와 ‘오디오를 조정하겠다’라고 하면 더 낫다.
대부분 행사 사회자는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국민의례가 왜 있겠나.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는 것이지. “○○님의 축사가 있겠습니다”라고도 한다. 축사가 왜 갑자기 있겠나. ○○님이 축사를 하는 것이지.
‘-한다’라고 할 것을 ‘있다’라고 하는 말버릇은 어디에서 왔을까.
위 기사 문장에서 ‘연설은 시작되지 않았고’를 ‘연설을 시작하지 않았고’로 쓰면 더 좋다. ‘청중에 양해를 구했다’는 ‘청중에게 양해를 구했다’라고 해야 맞다. 사람은 ‘-에게’, 물건은 ‘-에’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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