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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004-006)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by 이우기, yiwoogi 2023. 1. 2.

004.

◐ 마지막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완전한 해결을 의미한다. (2021. 11. 10. 13:11)

 

여기서도 ‘-에 대한’을 썼다. ‘민주화운동에 대한 완전한 해결’이란 무슨 뜻일까. ‘민주화 운동을 한 것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완전하게 개념을 정립하자’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화 운동의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벌을 주자’는 뜻이다. 기자들이 기사를 이렇게 길게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화운동을 완결짓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쓸 수 있겠다. ‘민주화운동을 최종 완성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해도 되겠다. 문장을 쓰다가 애매하면 ‘-에 대한’을 넣어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

 

005.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권오수(63)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21. 11. 12. 20:14)

 

검찰이 권오수를 잡아 가두려고 한다. 판사가 구속영장을 내 줘야 한다. 검찰이 판사에게 그 영장을 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경찰이 판사에게 영장을 내어 달라고 하는 것은 ‘신청’이라고 하고, 검찰이 판사에게 영장을 내어 달라고 하는 것은 ‘청구’라고들 한다. 신청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청구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또는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 사이에 쓰는 말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교열부 기자 시절 그렇게 배웠다).

그건 그렇고. 이때 ‘-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고 하는 문장이 이상하지 않은가. ‘-에 대해’가 없어도 뜻은 잘 통한다. ‘권오수 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렇게 말이다. 좀 이상하게 보인다면, ‘권오수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고 써도 되겠다. 아무튼 ‘-에 대해’라고 쓰면 문장이 이상하게 된다.

 

006.

◐ 이 수석은 “대통령이 축하 말씀을 꼭 전해드리라고 하시고, 당신도 두 번이나 대선을 치뤄봤으니까 체력 안배를 잘 하면서 다니시면 좋겠다고 꼭 전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2021. 11. 15. 14:49)

 

‘치뤄봤으니까’에서 ‘치뤄’는 틀렸다. 아는 사람은 절대 안 틀리고 모르거나 헷갈리는 사람은 곧잘 틀린다. 헷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본형이 ‘치르다’인데 ‘치루다’로 알기 때문이다. ‘이루다’라는 말이 이런 오해를 부추긴다. ‘치르+어’로 만나면 ‘치러’가 된다. ‘치뤄’라고 쓰지 않는다.

비슷한 보기로 ‘들르다’가 있다. ‘지나는 길에 한 번 들렀다’라고 할 것을 ‘들렸다’로 쓰는 사람이 더러 있다. ‘치르다’와 함께 기억해 두면 좋겠다. ‘지나는 길에 한 번 들러 그와 인사를 치렀다.’처럼.

사실 이 기사 문장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체력 안배를 잘 하면서’라는 표현이다. 나라면 ‘체력을 잘 안배하면서’라고 썼을 것이다. 기자는 당사자가 말한 대로 썼을 것이다. 기자가 쓴 게 틀리고 내가 주장하는 게 맞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문장을 더 매끄럽게 쓸 것인가 고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