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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걷다

by 이우기, yiwoogi 2022. 2. 20.

<걷다>

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에서 평거동 진주문고까지 걸었다. 본부 건물 뒤로 나왔다. 동성가든타워 앞에서 큰길을 건넜다. 엄마손식당 앞을 지나 쌈싸먹는김치찌개집 앞 주차장을 끼고 안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진주에 43년 살면서 처음 가 본 곳이다. 옛 철길 동네다. 위태로운 담장은 높았고 고불고불한 골목은 비교적 넓었다. 돌고돌아 망경한주아파트를 비켜 지나가니 진주지식산업센터가 보였다. 주변 건물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무슨 교회도 동네에선 제법 큰 건물이었다. 지식과 은혜가 충만하려나... 공사를 하는지 옛 철길 따라 바람이 일으킨 흙 먼지가 제법 맵다. 천수교 입구 현대주유소에서 길을 건넜고 남강을 건넜고 강둑길 은행나무 밑을 걸었다. 강바람은 더 찼다. 모자를 쓰지 않은 걸 후회했다. 휴마트에서라도 하나 살걸 하며 또 후회했다. 장갑은 끼었다 벗었다 했다. 물병은 가방 안에 얌전히 있었다. 용마주유소 앞에서 길을 건넜다. 신안녹지공원은 안면이 많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이 많다. 몇몇 매화는 벌써 꽃망울을 터뜨렸다. 적당한 위치에서 오른쪽으로 꺾었다 싶었는데 결국은 조금 에돌아갔다. 4시에 출발하여 5시 3분에 도착했다. 63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앞을 보았지만 옆과 뒤를 더 많이 보았다. 뒤를 따르는 사람은 없었다. 우유부단하고 미련이 많다. 발목이 좀 아팠고 무릎도 정상은 아닌 듯했다. 허리에도 약간 통증이 왔는데 기분 나쁜 정도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걷더라도 더 천천히, 더 조금만 걸어야겠다. 진주문고 1층에서 주문한 책 2권을 샀다. 두 권 다 고려대 신지영 교수가 쓴 책이다. 하나는 <언어의 줄다리기>이고 하나는 <언어의 높이뛰기>이다. 서점 1층에 앉아 책 머리말을 읽는데 아내가 날 태우러 왔다. 반갑고 고맙다. 평거동 자연드림 갔다가 집에 와서 저녁 먹었다. 소맥을 한 잔 했다. 걷고 난 뒤라 목이 말랐으므로. 사진도 좀 찍을 생각이었는데 출발할 때 한 장 찍고는 그만뒀다. 2월 19일 토요일 일기다.

 

2022. 2. 20.(일)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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