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육백반이라는 먹거리가 있다. 수육은 '일반적으로' 돼지고기를 삶았다는 뜻이다. 실제로는 삶아서 물기를 뺀 모든 고기를 가리킨다. 숙육(熟肉)이 바뀐 말이다. 백반이란 흰쌀밥을 준다는 말이다. 거기에 곁들여 반찬도 몇 가지 낸다.
하지만 오늘은, 이름도 모르는 반찬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왔다. 반찬들은 저마다 맛과 향과 빛깔을 자랑한다.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젓가락을 한번도 대지 않은 것도 있을 정도다. 주인장의 감각과 손맛과 사랑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 게 좀 아쉽다.
배추김치는 묵은김치와 갓 담근 김치가 나온다. 물김치는 새콤하다. 감자볶음은 알맞게 익었다. 오이무침은 새콤, 고소하다. 무말랭이김치는 질기지 않고 아삭아삭하다. 콩나물, 어묵, 전 들도 입맛을 돋운다. 미역줄기볶음은 잘못하면 이 사이에 끼이기 쉬운데 그러하지 않았다. 밥그릇 바로 옆에 놓인 건 양파와 부추와 파프리카를 잘 섞은 것인데 그 맛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뚝배기에 담긴 된장찌개는 환상적이다. 수육의 고기맛과 각각 다른 반찬 맛을 입안에서 섞어주기도 하고 각각 독립시켜 주기도 한다. 매콤한 고추가 개운함과 얼큰함을 더해 준다.
적당하게 얇고 알맞게 넓은 상추 쌈에 먼저 뜨거운 밥을 조금 얹는다. 수육 한 점 놓고, 된장 찍은 마늘과 풋고추를 얹는다. 두루뭉실 둘둘 말아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고 집어넣으면 그만이다. 미소가 따라 들어오고 행복이 따라 들어온다. 건강이 입 안에서 춤춘다.
점심 한 끼로 먹기엔 좀 벅차다. 그래도 한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느루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엔 안성맞춤이다. 밥과 반찬 한두 개 놓고 번개처럼 먹고 바람처럼 일어서는 그런 점심시간이 아니라면, 이런 수육백반도 참 좋다고 생각한다.
아, 이건 비밀인데 알려준다. 이 집은 삼겹살, 목살도 맛나고 김치찌개는 거의 환상이며 간장게장백반도 찾는 사람이 아주 많다. 너무 많이 소문나면 안 되는데...
어디냐고?
<시골장작구이>
055-758-9133
https://goo.gl/qnAoVE
일요일은 쉽니다.
2018. 8. 29.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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